지난 1일 시작된 기내식 지연 사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비리와 경영진 갑질 논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을 위해 승무원들이 지나치게 동원됐단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며 교육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행사란 입장이지만, 관련 제보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및 교육생들은 박 회장이 교육동 등을 방문할 때마다 동원돼 노래와 율동 등을 해야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여성 승무원은 "한 달에 한 번씩 박 회장이 교육동을 방문하면 노래와 퍼포먼스를 해야 했다"며 "회장 입맛에 맞게 노래를 개사하고 교관으로부터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너희는 달려가서 팔짱을 껴라' 등의 주문을 받았다. 정상적인 행외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관도 간부들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교관부터 박 회장이 들어오면 눈물을 흘렸다. 그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우리(교육생)가 가만히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교육생 3~4명이 박 회장을 복도에서부터 반기며,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딱 붙어 데려오도록 교관에게 지시를 받는다. 이후 박 회장을 중심으로 교육생들이 둘러서서 "회장님이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의 발언을 한다.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교관 앞에서 연습한 말들이다.
제보자는 승무원의 경우 인턴 계약직으로 입사해 1년의 계약 기간 후 심사를 통해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인 만큼 회사에 부당함을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개된 제보 영상에서는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교육생들이 가수 신인수 씨의 '장미의 미소'를 개사해 "회장님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죠.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아 마음 아는지"라고 부르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난 5일 기내식 지연 사태 등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주말 동안 기내식 사태 관련 진상규명과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에 나선 상황이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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