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서 온라인 창구 비중이 커지고 있다. 과거 재고 처리 품목을 처리했던 '천덕꾸러기'였으나 최근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효자 채널'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에 패션업체들은 전용 온라인 브랜드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온라인의 장점인 가성비(가격대비성능)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것을 무기로 20·30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스파소는 올 가을부터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한다. 이에 앞서 '아편팬츠'를 전용 상품으로 선공개했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공식 전환에 앞서 테스트 기간 동안에만 누적 판매량이 1000건이 넘었다. 지난달 23일 부터는 '아편팬츠시즌2' 라인을 제작해 판매 중이다.
김하수 스파소 온라인 파트리더 부장은 "가을·겨울(F/W)시즌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의 변신을 앞두고 현재 시장 테스트 중"이라면서 "아편팬츠 판매 호조로 인해 전용 브랜드로 브랜드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리즈의 온라인 전용 라인인 바이시리즈도 선전 중이다. '24시간 7일 내내 입어도 편안하다'는 의미의 247팬츠는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인 이후로 누적 3500장을 판매하는 등 단일 상품으로 최대 실적을 보였다. 현재 8차 재생산에 들어갔다.
통계청 발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약 1조원씩 증가하다가 2016년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조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에 패션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LF는 2016년 백화점 채널로 선보이던 질바이질스튜어트와 일꼬르소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LF 측은 "백화점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갔던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가 감소하고 수요가 없어도 매장 구성을 위해 갖춰놔야 했던 제품 생산비용을 줄였다"면서 "오히려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많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9월 빈폴키즈의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으로 판매 전략을 수정했다. 세정과미래 역시 지난해 젊은 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브랜드 'ㅋㅋㅋ'(크크크)를 론칭했다. 이외에도 패션업체 아비스타는 산하 브랜드 카이아크만의 오프라인 매장들을 정리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새롭게 공개할 예정이다.
패션 시장은 직접 입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소비 성향으로 '오프라인' 부문이 강세를 보였던 곳이다. 특히 온라인 채널의 경우 시즌이 지난 이월 상품이나 재고 정리를 위해 제품을 싸게 넘기는 판매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장에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비축하면서 새로운 유통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 또한 장점이다.
빈폴레이디스·구호 등 삼성물산 패션 브랜드들은 20~30% 정도 가격을 낮춘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가격대를 책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도 특정 시즌에 브랜드별로 잡화 액세서리 상품을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하면서 부담없는 가격대에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소비 트렌드·가성비 추구·스마트폰 등 특징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패션업계 전략도 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채널의 약점으로 여겨졌던 체험을 보완하기 위해 배송서비스나 매장과 연계한 O2O 서비스 발굴 등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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