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인 '라돈(Rn)'이 검출된 대진침대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2011년 촉발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판박이라며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소비자연맹 등 11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광화문 KT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진침대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가 넘는 위해 수준이며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있는데도 '모나자이트' 관리가 부재한 등 규제 당국의 소비자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허점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대진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되고 소비자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회사 측의 상담과 회수 등 후속 조치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라돈(Rn)은 무색·무미·무취의 자연방사성 기체 물질로 흡연에 이어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에 따르면 라돈 침대로 인한 소비자 피해 접수 건만 2000여 건에 이른다. 그러나 제조·판매사인 대진침대는 물론 정부 당국에서도 뚜렷한 후속 조치 없이 소비자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협의회는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상품이 몇 년 간 유통되고 있어도 관리되지 않고 위해성이 파악돼도 제대로 수리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며 "피해 소비자는 여전히 전문적인 상담과 피해접수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최소 170만~180만 원에서 30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침대를 구매했다"며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피해보상은 물론 1급 발암물질 '라돈'을 내뿜는 침대를 내 집에서 빨리 내보내고 하루 빨리 피해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어 대진 라돈침대 사태가 522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상품이 몇 년간 유통되면서 관리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고 피해 소비자는 여전히 전문적 상담과 피해접수 창구를 찾지 못하면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재 200건의 건강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고 대부분 폐·천식 호흡기· 갑상선·난임·산부인과 질환 및 암 관련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무처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하다고 발표를 내놓고 5일 만에 해당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며 대진침대 7종에 대해 리콜조치 명령을 내렸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초기 대응에 우왕좌왕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담·피해접수·피해보상 논의를 위한 상담창구 마련 ▲ 라돈 침대에 대한 강제 리콜 및 규제당국의 이행 여부 감독 ▲ 소비자에 대한 피폭 검사 방안 마련·제공 및 건강상의 위해 평가 실시 ▲ 방사능 발생 우려가 있는 생활용품(약 17만개 추정)에 대한 전면 조사 및 대응책 마련 ▲ 사업자의 피해 보상 이행 및 당국의 역할 수행 등 요구안이 제시됐다.
협의회는 우선적으로 문제가 되는 제품에 대한 회수·환급 조치가 이뤄지는대로 피해 사례 분석,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공산품과 생활용품 등의 방사성 물질 함유 여부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해결방안이 부족하거나 지연되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같은 날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라돈침대 사태를 언급했다.
이 총리는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특정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이 허용기준치 이내라고 발표했다가 닷새 만에 뒤집었다"며 "국민의 안전·안심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정말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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