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서 결혼한 뒤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간 여성과 자녀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현대차는 25일 베트남 껀터시 까이랑에서 '한-베 함께돌봄센터' 개관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주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재외동포재단, 베트남 여성연맹, 껀터시 인민위원회, 유엔인권정책센터, 현대차 관계자와 현대차 글로벌 청년봉사단 단원 등 약 400여명이 참석했다.
한-베 함께돌봄센터는 베트남 최초의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 통합돌봄센터다. 결혼 이주 후 베트남으로 귀환한 여성의 성공적인 정착과 자립를 위한 시설이다. 한-베 함께돌봄센터가 위치한 껀터시는 베트남 남부 메콩강 유역의 직할시로 한국 결혼 이주 여성 중 약 20%가 이 지역 출신이다.
유엔인권정책센터는 지난 2016년부터 껀터시에서 현대차의 지원으로 한국 결혼이주 예정자 대상 사전교육과 귀환여성·자녀를 대상으로 한 가정법률 상담을 진행해왔다. 또 취업·창업역량 강화교육, 한국어·한국문화 체험교육 등도 함께했다.
이번에 개관한 한-베 함께돌봄센터에서는 양국 가정법률 체계 차이로 인한 피해 사례를 발굴하고 무료 상담을 제공하는 '가정법률상담소', 귀환여성의 경제적 자립 역량 향상을 위한 연계기관 취업·창업 교육, 자녀의 정서적 성장을 지원하는 '어린이도서관'과 '다문화 교육시설', 향후 양국에 체계적 지원책을 제시할 '귀환여성 실태조사 및 연구' 기능을 갖추고 활동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보건대학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1·2층 건축면적 2100㎡(630평 규모)의 다문화센터로 탈바꿈시켰다. 1층에는 어린이 도서관과 3개의 상담실로 구성된 가정법률상담소, 한국 요리 체험 실습실, 소강의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2층에는 대강당과 자원봉사자 숙소, 샤워실 등 공동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베트남 정부와 함께 한-베 함께돌봄센터를 구축·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한-베 함께돌봄사업'을 출범시키고 내년까지 총 10억여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유엔인권정책센터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귀환여성 301명을 대상으로 베트남 껀터여성연맹과 함께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2000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총 34만6585명이며, 이 가운데 베트남 여성이 총 8만7025명을 차지했다. 국내 결혼이주여성 4명 중 1명이 베트남 출신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한국 남성과 이혼한 베트남 여성은 총 1만6755명으로 5가족 중 1가족이 이혼을 경험했으며, 이 중 자녀가 있는 경우가 3183건에 달한다. 결혼이주 후 다시 베트남으로 귀환한 여성과 자녀는 한부모가정으로 남아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편견 등에 처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귀환여성 자녀의 약 80%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나 절반 이상이 여권·비자 만료로 인해 불법체류 상태에 처해있다. 또 베트남의 정규 교육과정 편입이나 의료지원 등을 받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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