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회계법인인 이현과 서일이 전격 합병한다. 회계법인 업계에서 합병이 이뤄진 것은 30년만에 처음이다.
최근 회계법인 업계가 정부의 회계개혁 방침과 감사품질 향상에 맞춰 전문화와 규모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합병을 계기로 추가적인 합종연횡이 잇달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측이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현회계법인과 서일회계법인이 합병을 결정하고 오는 3월 20일자로 '이현서일회계법인'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두 법인은 합병계약을 체결과 함께 오는 12일 합병승인을 위한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합병 법인의 대표는 강성원 전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회장이 맡게 된다.
두 법인이 합병할 경우 매출이 최대 400억원대에 육박하면서, 단숨에 8위권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기존 15위권으로 거론되는 이현회계법인은 세계 5대 회계법인인 BDO인터내셔널의 한국 멤버법인으로 2007년에 설립됐다. 서일회계법인은 업력만 20년에 달하는 매출 100억원대 중견법인이다. 두 법인에 따르면, 매출 100억원이 넘는 국내 중견 회계법인이 서로 합병하는 경우는 30년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서일회계법인은 합병후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 국내 회계법인 업계 판도를 기존 '빅4' 체제에서 '빅5'로 재편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강성원 이현·서일회계법인 회장은 "빅(Big)4 회계법인 못지않은 체계화된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고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전문가로서의 원칙·가치·윤리의식을 최우선시 하는 등 품질최우선 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국내외 경쟁력을 갖춘 대형 회계법인으로 키워 회계업계를 빅5로 재편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현·서일회계법인은 합병과 함께 대형법인 출신의 경륜높은 고문과 유능한 파트너를 영입하고 있으며, 최근 국세청 출신의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등 조세분야 전문성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인의 한 관계자는 "올해 3월 감사 시즌이 끝나면 빅4 등 대형 법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인재영입을 적극 추진해 연내 매출 500억원(업계 7위권)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계업계에서는 최근 부실회계감사 사건과 정부의 회계제도 개혁 기치에 따라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빅4인 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법인과 경쟁할 수 있는 매출 1000억원대 이상 법인이 탄생할 경우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회계업계는 지난 2016년 실적을 기준으로 대주(651억원), 삼덕(596억원), 한울(412억원), 이촌(381억원), 신한(368억원), 안세(363억원) 순으로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산업계나 금융권에서도 빅4 회계법인만으로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다"며 "정부의 회계개혁 추진과 함께 중견·중소 회계법인이 힘을 합칠 경우 회계업계의 재편도 가속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현회계법인은 10년전 창업이후 매년 20% 이상 고속성장한 신진 회계법인으로 특히 조세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현의 글로벌 제휴법인 BDO는 지난연말을 기준으로 전세계 162개국에 7만 4000여명의 전문가를 보유한 세계 5대 법인으로 거론된다. 연매출만 81억달러 수준으로 BNP파리바은행, 티센크루프, 미쓰비시화학, 페이스북, 피델리티, 미쉐린, 인터컨티넨탈호텔,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국적 기업에 회계감사 및 세무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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