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죽음에 대한 태도는 건강과도 관련이 있을까?"
여전히 죽음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죽음을 논하는 웰다잉(Well-Dying)이 주목받는 시점에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윤영호 교수팀은 지난해 국내 암환자(1,001명)와 가족(1,006명), 의사(928명), 일반인(1,241)명을 대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죽음은 삶의 끝이고,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다고 말한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상태가 1.2~1.4배 좋지 못했고, 반대로 사후세계를 믿고, 관용을 베푸는 삶, 죽음을 삶의 완성으로 보는데 동의한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상태가 1.3~1.5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에게 △죽음과 함께 삶은 끝이다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다 △사후세계가 있다 △관용을 베풀며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 △죽음은 고통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기억돼야 한다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암환자·가족·일반인(75.2%, 이하 A군)과 의사(63.4%, 이하 B군) 다수는 죽음과 함께 삶은 끝난다고 답했다.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다'에 대해선 A군의 58.3%, B군의 45.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의사집단인 B군이 A군에 비해 죽음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의사들은 죽음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현상을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사후세계가 있다'에 대한 답변은 A군의 54.6%, B군의 47.6%가 그렇다고 말했다.
'관용을 베풀며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A군 89.8%, B군 93%)와 '죽음은 고통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기억돼야 한다'(A군 90%, B군 94.1%)에 대해선 모두 그렇다는 응답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대한 통찰력과 교육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키우기 위해선 환자의 돌봄이 의료측면 뿐만 아니라 비 의료부분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윤영호 교수는 "의료진과 사회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환자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제는 우리사회도 죽음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가칭, 연명의료결정법)'이 지정한 '호스피스의 날'(매년 10월 둘째주 토요일, 10월 14일)을 기념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호스피스를 적극 이용하고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저명학술지 '세계 건강과학'(Global Journal of Health Science) 10월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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