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는 한국의 모든 법규와 규제를 준수한다. 하지만 고객이 방문하고 싶어할 때 문을 열고 (소비자를) 맞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12일 이케아의 국내 두번째 매장인 고양점 개장을 앞두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마련되는 가운데 이케아도 복합쇼핑몰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슈미트갈 대표는 "(의무휴업이) 결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의무휴무제는 복합쇼핑몰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케아는 홈퍼니싱 전문 기업으로 일반 대형마트와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규정을 준수한다고 했지만 의무휴업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 고양점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5만2199㎡ 규모로 운영된다. 앞서 지난 8월 신세계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을 선보인데다 인근에 300여개의 브랜드 가구 대리점과 중소형 가구업체가 모인 고양·일산가구단지까지 자리한 만큼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스타필드 고양에는 국내 1위의 가구기업 한샘이 전국에서 가장 큰 자체 매장(3600㎡)을 운영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스타필드 고양 개점 기자간담회에서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도화선도 당겨진 상황이다. 이케아는 건물 2~3층을 쓰고 롯데아웃렛 고양점이 지하 1층~1층에 문을 열어 사실상 고객 타깃층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 업체간 경쟁은 물론 정부 눈치도 봐야 하는 셈이다.
유한회사인 이케아는 그동안 국내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지난달 관련 법개정이 이뤄지면서 내년부터는 외부감사도 받게 됐다.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재무상태를 포함한 감사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케아는 연 매출 46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1위 가구기업으로 영업이익 등 상세한 국내 수익구조가 그간 드러나지 않았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2014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첫해 3400억원대 매출을 거둔 데 이어 다음해에는 36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슈미트갈 대표는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기업 이념 때문"이라며 "이케아는 매출이나 이익을 중시하는, 숫자가 주도적인 기업이 아니다. 이케아 수익이 과하다면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케아는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6개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매장 확대와 함께 내년 안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도 진출한다. 이 경우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은 물론 온라인 유통사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슈미트갈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이케아의 배송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케아의 기본 원칙은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을 선호한다면 제품을 직접 가져가 스스로 조립하고,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서비스 가격을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다만 배송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좀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 진출 후에는 소비자가 인당 2개 팔렛트의 제품을 배송받을 수 있을 것으로 이케아는 내다봤다. 고양점을 기준으로 현재 배송비는 시내가 2만9000원, 수도권 4만9000원, 전국 7만9000원이다.
그는 국내 유통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케아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잘해왔다고 여기는 것은 정부와 지역 관계자와 계속해서 협의해온 것"이라며 "규정을 준수하고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