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파이터치연구원 연구발표회에서 라정주 선임연구위원이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설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향후 20년내 한국에서 사라질 일자리가 120만개를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원장 김승일)은 26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연구발표회에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분석방법을 적용한 결과 4차 산업혁명에 의해 향후 20년간 국내서만 일자리 약 124만개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또, 파이터치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0대 규제개혁을 통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같은 비반복적 인지 노동자의 일자리는 약 33만개가 증가하는 반면, 부품 조립 근로자 같은 반복적 노동자와 음식점 종업원 등 비반복적 육체 노동자의 일자리는 각각 58만개, 98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날 연구결과를 발표한 라정주 선임연구위원과 김강현 연구위원은 기존 선행연구의 분석모델을 확장한 동태 확률적 일반균형모형을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일자리 변화율과 임금, 자동화 컴퓨터 수요 등을 도출했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2015년)를 토대로 이들이 만든 일반균형모형에 따라 분석한 결과 앞으로 5년 내에 비반복적 인지 노동자의 일자리는 14만개가 늘어났지만 반복적 노동자와 비반복적 육체 노동자의 일자리는 각각 17만개, 37만개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별로 40~50대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수 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선제적인 정부와 산업계, 노동계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라 연구위원은 "반복적 인지 노동은 비반복적 육체 노동에 비해 컴퓨터로 대체하기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반복적 노동보다 비반복적 육체노동에 관한 일자리가 가장 크게 감소한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분석결과는 어떠한 정부 대안 없이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을 그대로 파악한 수치"라며 "근로자 전직 지원, 실업 관련 사회보장서비스 패키지, 노동 관련법 보완 등 정부가 대비책을 단행하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나 컴퓨터에 의한 일자리 대체를 분석한 기존 연구 중 널리 알려진 것은 'Autor와 Dorn'의 연구와 '프레이'와 '오스본'의 연구다. 이들 선행연구는 로봇이 반복적 노동을대체하고 비반복적 노동 수요는 증가한다는 점과 임금과 교육수준이 낮을 수록 자동화에 의한 대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제시했다.
라 연구위원과 김 연구위원은 "기존 연구는 반복적 노동만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전제하거나 임금과 자동화비용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로봇에 의한 대체확률은 분석한 한계가 있다"며 "비반복적 노동도 컴퓨터로 대체할 수 있고, 기술수준과 임금, 자동화비용을 모두 고려한 일반균형에 따라 이번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구발표회에 참석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펼쳐질 '창조적 파괴'인 혁신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기술혁신과 로봇이 없앨 일자리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의 형태와 이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사람들의 욕망과 니즈"라고 말했다.
일자리 124만개 감소라는 우울한 전망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론 '규제개혁'이 제시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심영섭 인하대 초빙교수는 △칸막이 규제·행정 개선 △네거티브 규제 등 패러다임 전환 △개별법 정비 △진입규제 재검토 및 시장 창출 기회 확대 △업종별·분야별 R&D 지원 정비 △실패 경험 축적과 경험 학습 등 10대 규제개혁 방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제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양산하는 산업 규제는 '죽은 규제'가 되기 십상"이라며 "부처마다 협업조정관 등 직책을 신설해 부처를 넘어서는 이슈의 규제 코디네이터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혁신의 흐름에 대비해 법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규제를 포함한 860여개의 법률을 일괄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진입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시장창출의 기회를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밖에도 현재 업종별, 분야별로 구분돼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평적 협업이나 융합 기술, 산업융합을 촉진하는 형태로 지원 자금을 배정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심 교수는 "신기술로 무장한 잠재적 경쟁자가 시장진입이 수월해지도록 해야 한다"며 "업종 별로 조직화된 칸막이식 협회나 이익단체의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단기적인 성과를 따지기 보다 '실패로부터의 경험'을 성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신기술, 신제품 개발을 위해 경험 학습(Learning by Doing)의 자세가 필요하는 말도 덧붙였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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