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생산공장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미국 투자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국에 첫 건립하는 LG전자 가전공장 착공식에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밥 코커 테네시주 연방상원의원(공화당) 등 미 거물급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놓고 미 통상 압박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다.
LG전자는 24일(현지시간)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신설공장 부지에서 세탁기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총 2억5000만달러(약 2820억원)를 투자해 2019년 1분기에 완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지 125만㎡, 건물 연면적 7만7000㎡ 규모로 설립되는 세탁기공장은 드럼·통돌이 세탁기 등을 연간 100만대 이상 생산하게 된다. 6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더라도 경남 창원에서 생산되는 미국수출 물량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LG 측은 밝혔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공장 후보지를 물색해왔으며 인력 확보, 기반 시설, 원가경쟁력,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고려해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무게와 부피가 큰 가전제품의 특성상 미국 자체 공장을 가동하면 보다 신속하게 현지 수요에 대처하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미국 생산이 본격화하면 미 가전업체 월풀의 반덤핑 공세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월풀은 지난 5월 말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수입을 제한해 달라는 세이프가드 청원서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했다. 한국 가전업체들이 미국에서 세탁기를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겨다니며 단가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는 이런 주장을 펼칠 명분이 사라진다.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대표는 "미국 가전공장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화 효율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남 창원의 세탁기 공장과 비슷하게 10초당 1대꼴로 세탁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자동화 설비에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연구개발과 디자인, 판매, 서비스에 이어 생산까지 전 사업영역의 현지화를 통해 미국 가전사업의 역량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스 장관은 이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가전업체 중 하나가 테네시에 공장을 짓는다는건 미국 비즈니스 환경의 강점과 우수한 노동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세탁기 공장 외에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 1분기까지 2500만달러를 투자해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헤이즐파크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등을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연면적 21만5000㎡ 규모의 공장 부지와 건물을 임차해 생산설비를 구축하며 300여명을 고용할 방침이다. 또한 올 2월 착공해 2019년 말 뉴저지주에 완공 예정인 LG 북미 신사옥 건설에는 총 3억달러가 투입된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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