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을 받은 계란농장 2곳에서 맹독성 물질로 알려진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가 검출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DDT가 축산물과 수산물, 이유식과 모유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있어 DDT검출 농장의 오염 경로도 고의적인 농약사용이 아니라 토양오염 가능성이 높아 과거 무분별한 농약사용 부작용이 우리 식탁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매일경제가 2015년 환경분야 국제학술지인 '환경 과학과 기술'에 실린 논문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산모의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모유에는 거의 예외 없이 DDT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2012년 4~8월 서울 등 전국 4개 도시 5개 대학병원에서 분만한지 1개월 된 산모 82명 중 81명의 모유에서 소량의 DDT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앞서 2014년 최 교수 연구팀이 영국의 저명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영아들에게 먹이는 이유식에서 97%의 높은 빈도로 DDT의 대사산물인 DDE가 검출되기도 했다.
모유와 이유식까지 대부분 DDT가 검출되는 것은 DDT의 광범위한 사용량과 최대 24년에 달하는 반감기특성 때문이다. DDT는 과거 과수원을 비롯해 집에서 쓰는 살충제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지난 1979년부터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금지됐다.
DDT가 검출된 경북 영천 한 산란계 농장주 A씨는 "DDT 농약을 구할 수도 없고, 살포한 적도 없다"며 "과거 이 곳이 복숭아 과수원으로 사용돼 토양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어 지자체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농장 계란은 이미 출고를 중단했다"며 "농장폐쇄까지 생각하는 만큼 정부가 정확한 원인을 밝혀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산란계 4200마리를 키우는 경산의 농장주 B씨도 DDT 검출과 관련해 "과거 사과밭이었기 때문에 30년 전 사용한 DDT 성분이 토양에 잔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곳 모두 자연방목 상태로 재래종 닭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도 "40년 전 시판이 금지된 DDT를 인위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쪼아먹는 닭 습성으로 토양에 잔류된 DDT성분이 계란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검출된 DDT량은 영천 농장이 0.047㎎/㎏, 경산 농장이 0.028㎎/㎏으로 기준치(0.1㎎/㎏) 의 절반을 밑돌았다.
성인의 경우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아동은 2개 이상 먹을 경우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최 교수는 "DDT검출은 엄밀히 말해 이번 살충제 파동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과거 무분별한 농약사용에 따른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대한 문제도 이번 기회에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천 = 우성덕 기자 / 양연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