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과학자가 공포기억에 관여하는 신경세포 무리를 발견했다.
조준형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교수와 같은 대학 김웅빈 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쥐의 뇌에서 공포기억 저장과 관련된 센경세포를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 18일자에 게재됐다.
사람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와 비슷한 상황이나 자극에 두려움을 느낀다. 과하게 반응할 경우 공포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이 생기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를 찾기 위해 공포기억과 연관된 신경세포와 저장경로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먼저 쥐에게 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약한 전기충격을 줬다. 공포감을 심어준 것이다. 다음날 이 쥐는 소리만 들려줘도 얼어붙은 듯이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극도의 공포심을 보일 때 나오는 행동이다. 쥐의 뇌에서는 '편도체'간의 연결이 강해져있었다. 연구진은 "편도체는 청각 신경세포와 공포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라며 "편도체 간 연결을 약화시키자 소리를 들을 때 쥐의 공포감도 동시에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조준형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동차에 공포를 느끼지 않지만 교통사고를 경험한 뒤 PTSD가 생긴 사람은 자동차가 많은 거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트라우마가 연상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라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른 기억을 유지한 채 이런 공포기억만 줄일 수 있을지를 알아봤는데, 이번 연구에서 이것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공포증은 물론 PTSD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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