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세심한 서비스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는 최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신규 출점과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외형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서비스 혁신을 통해 현대백화점그룹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문에 따른 것이다. 사소하지만 깨알 같은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자는 '소프트 파워론'의 일환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9일 그룹 전 계열사에서 포인트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한 통합 멤버십 서비스 'H포인트'를 론칭했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포인트 제도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전 계열사 온·오프라인 매장과 제휴처에서 구매한 금액의 일부를 포인트로 적립 받을 수 있고, 적립된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홈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한 뒤 적립된 포인트를 현대백화점이나 한섬 등 현대백화점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이 아닌 다른 유통업체에 입점한 타임·마임 등 한섬 브랜드 매장에서도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H포인트 론칭 과정에서 정 회장은 고객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사은행사 기간에 사은품을 상품권 대신 포인트로 제공받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은행사는 백화점이 고객에게 구매 금액별로 사은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보통 구매 금액의 5%를 상품권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상품권을 받기 위해서는 백화점 꼭대기층에 있는 상품권 데스크로 방문해 줄을 서야 하는 등 고객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백화점 업계 최초로 상품권을 포인트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이름, 전화번호로만 회원 가입이 가능한 '간편 가입 서비스', 하나의 아이디로 전 계열사 온라인몰에 접속 가능한 '통합 ID서비스' 등도 도입했다. 또한 그룹내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친구나 가족 등과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적립한 포인트 및 쿠폰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선물하기' 기능도 도입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H포인트 참여 계열사는 현대백화점, 현대아울렛, 현대시티몰,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한섬, 현대HCN, 현대H&S, 현대렌탈케어, 현대드림투어 등으로 4500여개 매장에 달한다. 내년부터는 현대리바트, 현대G&F, 한섬글로벌, 현대백화점면세세점 등도 순차적으로 추가돼 현대백화점그룹 전 계열사가 참여하게 된다.
고객 편의성을 위해 외부 제휴처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교보문고를 첫 외부 제휴처로 지정했고 향후 항공사, 주유소 등으로 범위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H포인트는 모바일앱으로 제공되며, 매장별 마일리지 적립 포인트는 결제금액의 0.1%에서 최고 0.5%까지다. 마일리지 포인트 1점은 1원에 해당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존 각 계열사별 멤버십 가입자를 합산하면 2200만명이란 점을 감안할 때, 향후 5년안에 1000만명의 회원이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계열사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렌탈케어는 업계 최초로 '24시간 A/S 출동 서비스'를 연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당장의 성과보단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정지선 회장의 주문 때문이다. 현대렌탈케어는 올해 서비스 관련 조직 확대에만 150억 원을 신규 투자해 현재 250명 수준인 수리·관리 인력을 500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도 점포별 고객 특성에 맞춘 '특화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30~40대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울산점의 경우 '임신부 고객 발레주차 서비스'를 최근 도입했다. 고운맘카드 등으로 임신부임을 증명하기만 하면 VIP고객에게만 제공하는 발레주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에는 '혼밥족'을 위한 1인석 식탁이 마련됐다. 혼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는 20~30대 학생과 직장인 고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또한 한섬은 상품 포장에서도 남다른 정성을 쏟는다. 구매한 옷이 구겨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제품 크기에 딱 맞춰 6가지 규격의 상자를 이용하고 안쪽과 바깥쪽 상자를 다른 재질로 만들어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속 성장해가는 가장 큰 이유가 고객들의 사랑 때문인 만큼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는 조그만 틈도 있어서는 안된다는게 정 회장의 철학"이라며 "앞으로도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