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5·6호 원전 공사 일시중단 안건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14일 한수원 이사회는 경주 본사가 아닌 인근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 안건을 의결했다. 의결에는 상임이사 13명이 모두 참여해 12명이 찬성하고, 1명만 반대했다.
공사 중단 기간은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로, 한수원은 3개월 내에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이사회를 열어 추후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공정률 30%인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위를 구성해 시민 배심원단이 계속 건설 여부를 최종 판단하도록 결정했다. 한수원은 공사 중단 기간 중 기자재 보관, 건설현장 유지관리, 협력사 손실 비용 보전 등에 약 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수원은 시공업체들과 유지관리 비용, 보상 비용 등을 협의하는 후속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는 비밀리에 기습적으로 개최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한수원은 전날 이사회가 무산된 이후 차기 이사회가 개최되면 공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한수원 노조는 물론 직원들도 이사회 개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해 한수원 노조와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공사 중단에 대해 몰표를 던짐에 따라 정부 정책 추진을 위한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수원 노조는 이번 결정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졸속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의결 무효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사진 배임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다만 원자로 건물 마지막 기초는 원자로 안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원자로 품질 확보를 위해 공사 중단 기간 중에도 최단 시일 내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은 모두 11기다. 이미 공정률 100%에 가까운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를 제외하면 8기다.
이날 신고리 5·6호 공사가 중단되면서 건설 중인 원전 6기는 모두 진행을 멈췄다. 한수원은 2022년과 2023년 준공 예정인 울진 신한울 3·4호기의 종합설계용역을 지난 5월 중단한 데 이어 최근 2026년과 2027년 완공 예정이던 영덕 천지 1·2호기 공사 관련 용역도 잠정 중단했다. 나머지 2기는 아직 용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주 = 서대현 기자 / 서울 =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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