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를 2주 이상 강제 입원시키려면 반드시 의사 2명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지 2주가 지나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됐던 환자가 추가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 도중 퇴원조치를 당하자 의료계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입장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은 지난 12일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던 조울증 환자 A씨(28)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른 병원 소속 전문의의 추가 진단 없이는 환자를 2주 이상 붙들어 둘 수 없다는 개정법에 따라 퇴원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A씨는 끝까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회복 도중 퇴원 수속을 밟아야 했다.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의 '국가 입·퇴원 관리시스템'을 통해 추가 진단 전문의 출장을 요구했으나, 입원일부터 2주가 지날 때까지 전문의가 오지 않아 퇴원시켜야만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차 진단 없이 A씨를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면 의사가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해당 병원이 지침을 제대로 알지 못해 생긴 과실이라는 입장이다. 이달 29일까지 한시적으로 '다른 병원 소속 전문의가 부족할 경우 같은 병원의 동료 의사가 추가 진단할 수 있다'는 예외지침 두고 있는데, 다른 병원에서추가 진단 전문의가 오지 않았다 해서 환자를 퇴원시킨 것은 명백한 병원의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각 병원에 공문을 보내고 학회를 통해서도 예외조항을 알렸는데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어쩔 수 없다'며 퇴원시킨 것은 지침을 숙지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이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법 시행 이후에야 복지부가 뒤늦게 예외조항과 세부 시행방안을 수시로 통보해 의사들의 혼란을 키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 시행령, 시행규칙에도 없는 이 같은 지침들이 당장의 '퇴원대란'을 막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 이달 30일부터는 신규 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환자들에게까지 법이 적용돼 입원 기간을 연장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진단 수요가 늘어나고, 전문의가 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염려한다. 권준수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존 환자들이 병동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립병원 소속 전문의들이 의사 한 명당 하루 평균 30~50명의 환자들을 진단하고 있다"며 "많게는 한 명이 하루 180명까지 보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 같은 졸속 진단이야말로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의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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