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사실상 더 짓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에너지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히면서 SK가스, 포스코에너지 등은 그동안 투자한 수 천 억원을 날릴 지도 몰라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8기로 SK가스가 주도하는 당진에코파워 1·2호기와 포스코에너지가 추진하고 있는 삼척포스파워 1·2호기 등이다. 두 곳은 모두 아직 착공하지 않아 땅파기부터 공정률을 계산한다면 0%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률 기준을 사업 준비단계부터 따지면 당진이나 삼척 발전소 모두 10%는 넘었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땅파기부터 공정률을 계산해 10% 미만이라고 보고 재검토 후 공사를 중단시킬 경우 각각 수 천 억원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K가스는 지난 2014년 11월 KDB산업은행과 동부건설의 보유한 동부당진발전 지분 60%를 2010억원에 공동으로 인수했다. SK가스 지분율은 45%로 투자금은 약 1500억원이다. 인수 후 SK가스는 동부당진발전 사명을 당진에코파워로 변경했다. 이 회사는 2014년 12월 SK가스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2015년 12월 당진에코파워는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지분 6%를 추가로 취득했다.
SK가스측은 최근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서 "2018년에 발전소 공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2022년 이후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며 "당진에코파워는 1.16GW급 석탄화력발전소로 경제적 전력 공급에 기여할 것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공정률 10% 기준에 걸려 발전소 착공이 무산될 경우 SK가스는 지분 인수 비용은 물론 그동안 투자한 설계비용, 인건비 등 2000억원 이상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2014년 4월 SK가스는 고성그린파워 지분 19%를 인수하며 석탄화력발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 사업은 지난 2월말 착공해 3월부터 본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착공부터 따지면 공정률 10%는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가스가 이 사업에 선투자한 금액은 아직 19억원에 불과해 공사 중단으로 입는 피해는 미미하다.
사업 중단으로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되는 곳은 포스코 에너지다. 포스코 에너지는 2014년 9월 4311억원을 들여 동양파워를 인수하며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지분 인수 외에 기 투자한 금액은 대략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해 포스코 에너지가 100% 출자해서 만든 포스파워는 지난달 삼척포스파워 1·2호기 건설 인허가 서류를 정부에 제출했다. 공사 착공을 기준으로 공정률을 따지면 0%인 셈이다. 하지만 2014년 9월부터 전체 사업 공정률을 계산하면 10%가 넘는다는 게 포스코 에너지측 설명이다.
포스코 에너지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재검토 기준이 되는 공정률 기준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문제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접을 경우 우리 기업들은 일부 손실 발생 우려가 있지만 미국의 GE나, 일본의 미쓰비시 등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NG발전소나 LNG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GE와 미쓰비시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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