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전자랜드 신관 외벽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의 512㎡ 스마트글라스(투명전광유리) 화면에 다홍색 꽃이 번진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꽃잎 위로 5초 뒤 하얀 꽃가루가 피어 오른다. '서울형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대상자'로 용산전자상가가 선정된 것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제4회 디지펀아트 시티 오브 컬러전' 출품작이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로 만든 미술 작품인 디지펀아트가 선명하게 구현되는데엔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 기술을 갖춘 스마트글라스 도움이 결정적이다. 전세계에 스마트글라스 독점판매권을 보유한 지스마트글로벌 이기성 대표는 "삭막했던 용산전자상가 일대에 화사함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스마트글로벌의 모회사인 지스마트에서 생산하는 스마트글라스(G-SMATT GLASS)는 두 개의 유리와 LED(발광다이오드)가 일체화한 융복합 ICT제품이다. 한 쪽 유리에 전도물질인 인듐주석산화물(ITO)을 코팅해 레이저 에칭기로 반도체 회로를 그린 뒤 자체 개발한 SMT(표면실장기술) 장비로 LED칩을 4~5cm 간격을 두고 심는다. 그 다음 커버유리를 올리고 유리 사이의 틈을 투명한 수지로 봉합해 제작한다. 유리에 별도로 바 형태의 기둥을 덧대 LED를 꽂는 기존 제품에 비해 내구성·투명도가 뛰어나다. 이 대표는 "기존 제품은 LED가 바람, 습도, 열 등에 노출돼 고장나기 쉬울 뿐 아니라 유리에 덧대는 기둥 때문에 실내 채광을 포기해야 한다"며 "지스마트글라스는 LED칩이 유리 안에 밀봉돼 내구성은 물론 99.7% 투명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글라스는 유리의 프레임 부분에 ICT부품이 내장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자체 개발한 인터페이스를 설치한 노트북에 있는 콘텐츠를 구현한다. 지스마트글로벌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자체 콘텐츠팀도 꾸려 '미디어파사드 플랫폼 회사'라는 장기 목표를 따라 순항 중이다. 이 대표는 "홈페이지로 컨텐츠를 유료화해 스마트글라스에 활용하는 플랫폼 회사가 궁극적 목표"라며 "전세계 랜드마크 빌딩 외벽에 동일한 컨텐츠를 동시에 노출시킬 수 있다면 미디어회사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글라스는 국내외 명소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국내 SRT 수서역사(287㎡),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46㎡), 서울 명보아트홀(342㎡) 등에 설치된 상태다. 해외에서는 일본 도쿄 긴자의 노른자위 땅인 긴자플레이스(120㎡),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55㎡), 두바이 자유무역지대(DAFZA) 내 게이트하우스(305㎡) 등에 설치됐다. 올 7~8월에는 홍콩 최대 상업지구 코즈웨이베이 심장부 랜드마크인 'M3빌딩' 외벽에 1100㎡ 규모의 스마트글라스가 완공된다.
지난해에 91% 성장한 903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폭발적 성장을 한 지스마트글로벌은 올해 한번 더 도약을 노린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원 일대가 본격적으로 '한국판 타임스퀘어'로 탈바꿈하는 첫 해여서다. 코엑스 일대 건물들의 외벽에 올해 중순부터 대형 광고판이 들어섬에 따라 지스마트글로벌도 스마트글라스의 공급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갤럭시S8 광고가 세계적인 랜드마크인 '뉴욕 타임스퀘어'의 42개 옥외광고판에 동시 상영돼 큰 이슈가 됐다"며 "코엑스 일대도 표시자유구역을 모두 묶어 미디어아트나 광고를 상영할 때 관심을 끌 것이고 지스마트글라스를 최대한 공급해 세계적인 랜드마크 탄생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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