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현재 미국 벤처기업에 기술이전돼 전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김채규 울산과기원(UNIST) 화학부 교수 연구진은 노화세포를 제거해 퇴행성 관절염을 완화시키는 약물 후보물질인 'UBX010'을 찾았다고 2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 최신호에 게재됐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모두 늙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도 함께 노화해 신체조직과 장기 등에 쌓인다. 노화세포의 축적은 만성 염증반응이 생기는 환경을 만들고 주변 조직과 세포를 쉽게 손상시킨다. 결국 생체조직의 재생능력이 떨어져 암이나 치매, 당뇨병, 퇴행성 관절염 같은 다양한 퇴행성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김 교수는 "축적된 노화세포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몇 가지 퇴행성 질병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됐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생쥐를 이용해 노화세포를 제거하면 생체 재생능력이 회복된다는 걸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서 나온 노화세포를 배양시켰다. 그런 다음 노화세포에 다양한 약물을 투여해 성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후보 물질인 UBX0101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유전자 변형 생쥐로 확인됐다. 이 생쥐는 체내 노화세포가 있으면 빛으로 표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생쥐에게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킨 다음, 후보 물질을 투여했다. 그러자 노화세포가 제거됐고 생쥐의 퇴행성 관절염도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늙은 쥐에 이 약물을 투여해 노화세포를 제거하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채규 교수는 "향후 임상시험에 약물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지켜봐야한다"면서도 "이번에 밝혀진 연구결과는 암, 치매, 당뇨병과 같은 다양한 노인성 질환에 적용할 수 있어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에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접근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에서 노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 스크리닝 방법과 발굴된 후보 약물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생명과학 스타트업 기업인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기술이전이 완료됐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대표와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 등의 벤처 캐피탈에서 한화 1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현재 약물의 전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며, 올해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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