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동안 모바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켜 봤다. 스마트폰 한 30대 가져다 놓고 그 중 10대 정도를 뜯어봤다. 그리고 한 가지를 느꼈다. 제가 가전에 있을 때는 하나의 부품 모듈을 가지고 세탁기 냉장고 오븐 TV 등에 다양하게 활용했다. 모바일 사업부에도 같은 전략을 가져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LG 스마트폰 G6 발표회장에서도 깜짝 출연해 인삿말을 했다. 그러면서 LG전자가 스마트폰을 만드는 법칙을 대대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예고를 했다. 시장에서는 조 부회장 등장으로 LG전자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이른바 'LG 스마트폰의 조성진 효과'다.
8일 LG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6만 52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주가가 4.98% 올랐고 8일에도 2.53% 상승했다. 주가 상승은 이 회사 신형 전략 스마트폰 G6 예약판매 효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가절감에 따른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다.
스마트폰을 제조할 때부터 부품을 모듈화시켜 제조를 하면서 품질을 높이는 한편 단가경쟁력 또한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임 최고경영자(CEO) 효과가 원가 절감, 부품 공급망 최적화 등 형태로 조기에 가시화되고 있는 듯하다"고 추론했다. LG전자 관계자는 "1분기에 G6 실적이 반영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부품 공급망 효율화 효과가 일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뜯어보니) 다른 경쟁사들은 같은 부품을 (여러 스마트폰 시리즈에) 쭉 썼는데 우리는 다른 부품을 썼고 크기도 달리해 왔었다"며 "그러나 나는 같은 부품이라면 좋은 것을 계속 쓰고 대수를 키우면서 원가를 떨어뜨리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이런 원가절감 작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고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G6는 하루 평균 1만대 가량 예약판매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7일까지 누적 6만대가 예약됐다. 통상 하루 판매량 1만대가 넘어가면 '대박폰'으로 분류된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전작보다 나아진 판매실적인데다 제조원가까지 절감될 경우 해당 사업부의 실적 기대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LG전자 스마트폰 부문인 MC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4364억원, 46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1조 33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MC사업부의 이같은 영업적자는 뼈 아픈 출혈이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올 1분기 LG전자 영업적자는 775억 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조성진 효과'가 하나 더 있다. 신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안정적 품질 향상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메인 칩(AP)을 최신 제품이 아니라 검증된 구형 제품(스냅드래곤 821)으로 넣었은 게 단적인 예다. 조 부회장은 "그동안 니치마켓(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들이 나왔다면 G6는 정규분포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폰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불특정 다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확대하고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옮겨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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