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자회사인 홍하이(鴻海) 궈타이밍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궈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두터운 친분이 있어 이번 인수전에 홍하이와 SK하이닉스의 제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궈 회장은 전날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패널공장 기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전에)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며 "인수를 통해 생산한 반도체를 팍스콘 제품에 활용할 수 있어 이로운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궈 회장은 "일본 샤프를 인수해 정상화시킨 경험이 (도시바 반도체부문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궈 회장은 샤프 인수후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중단을 발표해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도시바는 원전사업부문의 대규모 손실 만회를 위해 반도체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당초 지분 일부 매각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지분 50% 이상에다 경영권을 팔 계획이다. 일본 언론 등은 현재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회사가치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보고 있다.
SK와 홍하이의 공동 인수에 대한 관측이 제기되는 것은 무엇보다 인수 자금 규모가 단일 회사가 감당하기엔 워낙 커서다.
반도체굴기에 나선 중국 기업들은 가격을 올려 경쟁자를 따돌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의 경우 작년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4조원 수준이다. 홍하이 역시 광저우 공장(10조원 규모), 미국 공장(70억달러) 등 돈 들어갈 곳이 적지 않다.
이미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반독점법 적용 대상이어서 인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현금이 급한 도시바 측에선 "반독점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닌 펀드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홍하이는 일본과 미국 정부의 중국견제를 의식해야하는 부담도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통해 부족한 낸드플래시 부문을 채울 수 있다. 낸드플래시 부문 1위는 세계점유율 36.6%의 삼성전자다. 뒤를 이어 도시바(19.8%), 미국 웨스턴 디지털(17.1%), SK하이닉스(10.4%) 등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기술을 개발한 회사이자 꾸준히 기술 투자를 해왔다는 점에서 한발 뒤쳐진 하이닉스 입장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다. 반도체 생산이 없는 홍하이 입장에선 자사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궈 회장의 친분에 기반한 두 회사의 '밀월관계'도 제휴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홍하이는 현재 SK그룹 지주사인 SK주식회사의 지분 3.48%를 보유한 4대 주주다. 지난 2014년 홍하이의 SK 지분 매입을 계기로 두 총수들이 가까워졌다. 이후 두 회사는 IT합작사 설립(2015년 5월), SK텔레콤 루나폰의 팍스콘 생산(2015년 9월 ), 팍스콘 충칭공장 스마트공장사업 SK 수주(2016년 1월), 물류합작사 설립(작년 10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인수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외엔 정해진 것은 없다" 말했다.
도시바는 오는 3월30일 주총 결의를 거쳐 내달 1일 반도체 사업부를 '도시바메모리'(가칭)로 분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SK하이닉스와 홍하이 위에도 대만 TSMC, 미국 웨스턴디지털, 애플을 비롯한 기업들과 베인캐피털, KKR 등 펀드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욱 기자 / 이동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