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운항과 유지·보수를 대행하는 선박서비스 사업에 조선·해운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선박서비스가 적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게는 수십조원 단위 매출을 올리는 조선·해운업체들이 선박서비스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현금을 챙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선박관리 서비스 자회사인 현대해양서비스는 그리스 선사 차코스와 조인트벤처(합작투자회사)를 만들기로 계약했다. '차코스 현대 쉽매니지먼트'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이르면 다음주부터 합작회사는 차코스가 보유한 12척의 선박을 관리한다.
현대상선은 해운사업을 하며 쌓은 노하우로 다른 선사의 배를 관리해주고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지난 2012년 관련 부서 모아 현대해양서비스를 설립했다. 선박 내 엔진·연료·운항정보 등을 관리하고 신조감리 서비스를 한다.
조선업계에서도 인도한 선박에 대한 사후서비스(AS) 경험을 살려 선박서비스 사업을 수익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 선박·엔진·전자 사업부의 AS 부서를 한 데 모아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출범시켰다.
현대글로벌서비스 관계자는 "서비스 기능을 한 데 모으면서 현대중공업이 만든 선박에 대해 발주사의 클레임에 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전까지 각 사업부로 AS 요청을 전달하면서 서비스가 늦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박서비스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하지 않은 선박도 영업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지난해 8월 주주총회에서 서비스사업 진출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그 동안 삼성중공업이 인도한 배가 많고 그에 대한 선주들의 O&M(Operating and Maintenance·운전과 유지보수) 요구가 많지만 실제로는 (O&M의 상당 부분이) 싱가포르 등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O&M을 신규사업 후보군에 올려 놓고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호황기에 최소 10조원대 매출을 올리던 조선업체들과 현대상선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 매출에 불과한 서비스사업을 본업 불황의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법인까지 설립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연결기준 46조231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 기간 선박·엔진·전자 사업부에서 올린 서비스 매출은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엔진 서비스 매출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서비스 요청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는 탓이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선주사들이 복잡하지 않은 수리는 배를 건조한 조선업체로부터 기자재를 구입해 직접 해결한다고 현대글로벌서비스 측은 설명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도 "현대해양서비스의 연매출은 140억~160억원 수준"이라며 "수익성은 있지만 현대상선 규모와 비교해 큰 돈을 버는 사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해양서비스가 관리하고 있는 선박 수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을 제외하고 37척이다.
증권업계는 서비스사업 진출이 단기적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전세계 2만6000여척의 선박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며 "선령이 낮은 선박들은 고쳐서 쓰려는 수요가 생겨 단기적으로 엔진기계사업부의 마진을 개선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조선업체들은 배를 만들어야 돈을 번다"며 선박 발주시장이 살아나야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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