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 정유년이 밝았지만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62)의 마음은 어둡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치킨 판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윤 회장은 "AI는 호흡기 질병이어서 닭을 먹는 사람은 감염될 가능성이 낮는데도 공포에 질려 있다"면서 "비비큐 치킨을 먹고 AI에 걸리면 30억원을 보상하겠다"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어떤 난관에도 오뚜기처럼 일어났던 윤 회장은 올해 도시락 사업으로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1인 가구를 겨냥해 오는 4월 '치도락'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후라이드 치킨이 아닌 양념구이 치킨과 밥, 반찬을 곁들이며 가격대는 4000원~1만5000원이다. 윤 회장은 "치맥(치킨+맥주)을 치밥(치킨밥)의 개념으로 확장했다"며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싱글족과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치밀한 준비를 거쳐 도시락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2월부터 시제품 도시락을 내놓아 시장 반응을 살폈는데 매장 5곳에서 '시크릿양념 치도락'(6900원)이 하루 300개 판매됐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최대 도시락 프랜차이즈 업체 와타미와 협업해 요양병원 환자와 독거노인을 위한 영양 도시락 배달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와타미는 유기농 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하루 30만개 배달하고 있으며 이자까야(선술집) 프랜차이즈 사업 등으로 연간 매출액 5조원을 올리고 있다.
윤 회장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영양식을 배달하고 대화를 나누면 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은퇴자들이 와타미 도시락 창업자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 사업이 순항하면 올해 국내 매출액 1조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1800여개인 국내 점포 수를 2020년까지 4000개로 늘리는데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의 숙원사업인 해외 시장 확장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난해 말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에 입점한 BBQ매장의 재구매율이 30%를 넘겼다. 홍콩 BBQ 매장을 방문한 영국 공항 외식전문기업 SSP 오스트레일리아 지사 관계자가 먼저 파트너 계약을 요청했다. 황금올리브치킨과 텐더는 후라이드류를 좋아하는 호주인들의 입맛에 맞아 판매율이 높다.
윤 회장은 "홍콩에서는 한국 드라마 인기에서 비롯된 치맥 열풍이 불어 코즈웨이베이점 등 5개 매장 매출이 높다"며 "음식과 문화가 결합돼야 튼튼한 한류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0년까지 전세계 가맹점 5만개를 개설해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해외 점포수는 4500개에 불과하다.
윤 회장은 "목표가 커야 근사치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최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뉴욕 맨해튼에 점포를 냈다. 미국 1만개, 중국에서 1만개를 오픈하고 싶다. 미래를 보고 도전하는게 기업인의 업보이자 임무"고 말했다.
열정으로 들끓는 그는 올해 하반기에 경기도 치킨대학에 닭 박물관을 오픈할 에정이다. 2020년 완공을 앞둔 닭테마파크 '꼬꼬랜드' 사업 일환으로 관상닭 137종 2000마리를 사육해 관람객에게 보여줄 계획이다. 내년을 목표로 치킨대학의 3년제 대학 인가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치킨대학 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고 영어와 중국어로만 공부할 것"이라며 "졸업 후에는 해외 BBQ매장에 취직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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