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체, 드림체, 아리따체…'
특정 기업들이 개발해 배포 중인 서체들의 이름이다. 기업명을 적극 홍보하기도 하고, 대표 브랜드에서 따오기도 한 이 서체들은 현재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이용이 가능하다.
이미 있는 서체의 색깔이나 형태 등을 조금 변형해 사용해왔던 기업들이 자체 서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마다 수천, 수억원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전용서체 개발에 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빙그레의 회사 글꼴인 '빙그레체'는 선보인지 3개월만에 다운로드 수가 최근 15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다른 기업들과 달리 상업용 목적으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9일 한글날이자 회사 창립일을 맞아 내놓은 빙그레체는 자사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의 패키지 로고에서 착안해 디자인됐다.
롯데마트 역시 통큰체, 행복체, 드림체 등 전용서체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모두 다 손글씨 느낌으로, 대형마트 중에선 처음으로 선보인 전용서체다.
아모레퍼시픽이 배포 중인 서체로는 아리따체가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일찌감치 아리따 글꼴을 개발하기 시작한 아모레퍼시픽은 영문글꼴 등 전용서체를 계속 업데이트 해 전파 중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서비스의 '배달의 민족'에서 선보인 전용서체 한나체, 주아체, 도현체, 연성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들의 자녀 이름에서 따온 이들 서체의 다운로드 수는 최근 총 100만건이 넘으며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전용서체 개발은 기업이미지 통합(CI)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리뉴얼 하는 과정에서 도입되기도 한다.
특히 유통업체들은 상품 패키지나 광고, 전단지, 현수막 등 다양한 사인물을 사용하는데 이 때 서체를 통일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안정감과 믿음을 줄 수 있다는 내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내외부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 전반에서 문자 정보를 통일된 스타일로 표현하기 위해 전용서체를 개발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기업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서체로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시킴으로써 곧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전용서체는 기업의 로고나 심볼과 달리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체험의 폭을 넓히는 게 가능하다.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서체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해 기업에 대한 유대감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SNS상에서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진 만큼 전용서체를 통한 긍정적인 구전효과가 크다.
사회 환원의 의미도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일반에 공개된 무료 서체라고 해도 개인적 이용에 국한 짓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 환원을 위해 사전에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요청서를 제출하면 사용 가능하게 하거나 아예 별도의 제약없이 전용서체를 이용하게끔 하는 추세다.
빙그레 관계자는 "일반 사업을 하면 각종 사인물 제작시 글꼴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무료 배포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