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과 대금 1조원이 남은 드릴십(원유 시추선) 인도를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뽀죡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속될 경우 대우조선은 또 다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16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협상팀은 지난 9∼13일 소난골 측과 드릴십 운용 관련 협상을 한 뒤 귀국했다. 소난골은 인도대금 1조원을 마련하지 못해 대우조선이 지은 드릴십 2기를 인도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는 드릴십 인도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초 인도 시점은 지난해 6~7월이었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난골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완성된 드릴십이 여전히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앞바다에 떠 있는 상태다. 대우조선과 소난골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다.
대우조선은 소난골에 원유 판매권을 담보로 내놓으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인도대금을 빌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채권단이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드릴십은 원유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유전의 채산성을 평가하는 설비이기 때문이다. 드릴십으로 평가한 뒤 소난골이 보유한 유전에서 원유 생산이 무산되면 돈을 빌려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설령 원유 생산을 결정하더라도 생산설비를 건조하고 실제 원유가 생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대우조선은 앞서 인도대금의 80%만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20%는 드릴십의 지분으로 받는 방안도 내놓은 바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인도대금을 분납하는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며 "납부 기간은 길지 않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상반기 안에 소난골 드릴십의 인도대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산업은행에 있는 정부 지원금 7000억원으로 오는 4월 21일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은 해결할 수 있지만, 7월(3000억원)과 11월(2000억원)에 각각 돌아오는 회사채 상황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소난골이 드릴십을 가져가지 못할 경우 지난해처럼 다른 선주들에게 대금을 미리 받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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