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을 앞두고 한우 선물세트를 40% 할인하고, 계란을 7000만개 공급하는 등 명절 특수를 살리고 성수품 물가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임에도 소비 위축을 막을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0일 정부는 성수품 공급 확대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고, 김영란법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설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위축된 선물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실속형 선물세트를 확대하는 방안을 이번 대책에 포함시켰다. 시행령에 저촉되지 않도록 농협 등에서 5만원 이하 한우세트 10만개를 40%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한돈(돼지고기)세트는 1000개 물량을 절반 가격에 팔기로 했다. 농협과 수협은 올 설에 5만원 미만 선물세트 종류를 작년보다 20~30개 늘려 각각 188개, 141개 선보이기로 했다. 김영란법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화훼업종은 '한 책상·한 화분(1Table·1Flower)'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영홈쇼핑과 TV·신문·잡지 등에 판촉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너무 한가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크게 꺾인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화훼 소비진작 방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금이 70년대 새마을운동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판촉 활동 강화 역시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금의 소비위축 상황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늘 하던 수준의 발표에 그쳐 아쉬운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권 원장은 "탄핵정국 장기화와 김영란법이 소비심리 위축의 양대 축인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 소비 진작책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화분 하나 놓기 운동을 한다고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겠느냐"고 비꼬았다.
정부는 설 대목에 수요가 급증하는 품목들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오는 13일부터 26일까지 2주 간을 특별공급기간으로 정하고, 정부·농·수협 등의 비축 물량을 최대 1.4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채소·과일은 90~170%, 축산물 20~30%, 수산물도 30% 공급량을 늘린다. 배추와 무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물량이 늘어 각각 6000t·4860t이 시장에 풀린다. 소고기는 8400t에서 1만1200t까지, 돼지고기는 3만4700t에서 4만1700t까지 공급 물량이 확대된다. 명태·조기 등 수산물 7200t은 시중가보다 10~30% 싸게 팔기로 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로 공급량이 급감한 계란은 21일부터 26일까지 매일 1000만개씩, 모두 7000만개가 시장에 나온다.
정부는 이 기간 특별물가관리에도 돌입한다. 수급안정대책반·물가대책상황실 등을 운영하는 한편 사과·계란·밀가루 등 32개 품목에 대해 일일 조사하고,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설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로, 설 선물 수요 위축 등 서민 체감경기 악화가 우려된다"며 "이번 대책으로 민생경제의 활력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 이승윤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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