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라비바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파격적인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쇼크'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거래의 달인'인 트럼프를 상대로 상당한 이익을 주고받았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주요 기업인들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국내이슈에 손발이 묶여 출국금지를 당하고 특검 조사를 받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마윈 중국 알리바바 회장은 대선 2개월 만인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일자리 100만개 창출 방안을 협의했다. 이에 앞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트럼프 당선 한 달이 채 못됐을 때 뉴욕으로 달려가 트럼프와 회동하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당선인에게 솔깃한 선물을 주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루이뷔통 브랜드로 유명한 프랑스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상황은 이와 대조적이다.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 등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의 발목이 묶인 상태다. 국내 5대그룹 총수 중 3명(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국금지로 인해 해외 출장이 불가능하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특검 조사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경영활동에 전력을 다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지난해 준공한 기아차 멕시코공장이 현안이 된 현대차그룹마저 특검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목표로 삼고 있다보니 주요 그룹에 대한 조사가 너무 일방적이고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기업이들이 느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해오던 경영활동도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 면담 등을 추진할 여유가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야할 것"이라면서도 "여론몰이식 수사로 인한 기업 신뢰도 하락과 경영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한국 경제에 후폭풍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8년만의 미국 정권교체는 미국은 물론 세계시장의 급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표방하고 있어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에 생산시설이 있는 관련 기업들은 발빠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개별기업이 어렵다면 정부나 재계단체들이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접근은 민간 경제외교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민간 경제 외교를 담당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존립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골든타임이 줄고 있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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