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입사 이후 단 한차례도 공식석상에 등장한 적이 없어 ‘소리없는 경영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구 신세계 개점행사에서다.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벌여왔던 오빠 정용진 부회장과 달리 정 총괄사장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덜 드러냈던 게 사실이다. 이마트·신세계의 남매 분리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정 총괄사장이 보폭을 더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총괄 사장은 15일 오전 열린 복합쇼핑몰 대구 신세계 그랜드오픈식에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정 총괄사장이 그룹 내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은 입사 이후 처음이다.
정 총괄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지 법인으로 출발하는 대구 신세계가 대구 경북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장재영 신세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함께 대구 신세계 매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쳤다.
대구 신세계는 2월 강남점 증축, 3월 센텀시티몰, 5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6월 신세계 김해점, 9월 스타필드 하남점에 이은 6대 신규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는 사업이다.
정 총괄사장는 대구 신세계에 애착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동구 신천동에 위치한 대구 신세계는 지상 9층, 지하 7층, 연면적 연면적 33만8000㎡(10만2400여평), 영업면적 10만3000㎡(3만1200여평), 동시 주차 가능대 수 3000여대로 들어섰다. 특히 대구 신세계에 오픈한 뷰티편집숍 ‘시코르’는 정 총괄사장의 작품으로 꼽힌다. 시코르는 22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는 편집숍으로 그동안 해외 직구로만 구입할 수 있었던 브랜드는 믈론, 홈쇼핑과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도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는 신세계에 있어 의미가 깊은 지역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가 처음 문을 연 지역으로 범삼성가인 신세계그룹에게도 고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1973년 대구에 진출했다가 3년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
대구 신세계 개점행사를 계기로 정 총괄사장이 보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오빠인 정 부회장과의 지분 맞교환으로 신세계와 이마트의 책임경영 체제가 구축되면서 정 총괄사장 역시 경영성과를 보여줄 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성향상 정 총괄사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경영성과를 보여줄 때가 됐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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