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살처분된 가금류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AI로 살처분된 가금류 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1450만마리에 달할 정도다. 도살되는 닭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면서 ‘닭고기 값이 오르겠구나’ 예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닭의 공급이 줄어든다 점에서 보면 분명 그렇다.
하지만 실제는 이와 다르다. AI발생 이후 닭고기 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15일 한국육계협회 산지 시세 자료에 따르면 생닭(대)의 경우 11월에는 1890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으나 12월 들어 1490원까지 20% 가량 떨어졌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백숙용 생닭 1kg은 지난달 11일 5980원에 팔렸으나 지난 14일 현재 10%가량 가격이 내린 5580원에 판매 중이다.
공급이 줄어드는데도 이처럼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뭘까.
AI파동으로 산란계(계란을 낳는 닭)는 큰 피해를 받아 계란 값이 치솟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육계(식용닭)에 미친 여파는 미미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축전염병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자정 기준으로 지난 10일까지 도살된 735만6774마리 조류 중 산란계 도살분은 532만6217마리(종자닭 포함)로 전체 도살 닭의 72.39%를 차지했다. 육계(종자닭 포함)는 19만8640마리가 도살됐다. 도살분의 대부분이 산란계로 소비자들이 사는 닭고기용 육계의 공급량은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AI 우려로 닭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가 줄다보니 닭고기 값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12월 들어 AI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닭고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이마트의 닭고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1% 감소했고, 오리고기 매출 역시 14.0% 감소했다. 이 기간 닭고기를 구매한 고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 38만명에서 33만명으로 5만명이나 줄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AI 파동이 마치 연례행사처럼 돼 예전보다는 소비심리 위축이 크지 않지만 (AI가) 장기화될수록 닭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는 닭고기 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닭고기 가격 감소세를 우려하는 도매업자들이 일제히 비축 물량을 시중에 풀면서, 즉 공급량을 늘리면서 가격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의 닭고기값 하락은 소비심리 위축 영향이 큰 만큼 지속적으로 소비촉진 홍보를 해 소비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공급과잉 물량 등에 대해서는 민간자율적으로 비축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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