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닭고기·오리고기 등 가금류 식품들의 가격이 떨어지고 달걀값이 급등했다.
11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1kg당 1586원이던 육계 산지가격이 9일 기준 1286원으로 300원이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도매가격은 3104원에서 2432원으로 약 700여원이나 떨어졌다. 소비자 가격 역시 5380원에서 5184원으로 내렸다.
가금류 식품 가운데 비교적 공급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닭고기값 마저 요동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번 AI 사태의 심각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닭고기는 계란과 달리 냉동 보관을 통해 재고 축적이 가능하다. 닭고기 생산·공급 라인도 프랜차이즈 업계 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계열화가 잘 돼 있다. 하지만 AI에 대한 소비자들의 두려움, 닭고기 비수기인 겨울시즌이 맞물리면서 가격 방어에 실패했다. 그간 ‘최순실 게이트’에 쏠려있던 국민들의 관심이 AI로 옮겨질 경우 닭고기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 관계자는 “닭고기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업계 등에는 냉동 재고나 자체 생산지가 있어 공급문제가 크지 않다”며 “갈수록 AI 사태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줄고 가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리고기는 일부 AI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한 대형 마트업체 관계자는 “현재 오리고기 산지 가운데 AI 위험지역에 포함된 곳이 있어 공급이 수월하지 않고 가격도 약 15%가량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달걀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대란 10개 기준으로 지난 달 16일 1245원이던 계란 산지가격은 이달 9일 1367원으로 상승했다. 도매가격은 같은 기간 1407원에서 1507원이 됐다. AI확산으로 달걀을 낳는 산란계들이 대거 살처분되면서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올랐다.
소비자 가격은 더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8일 이마트는 알찬란 30구(대란 기준) 소비자가격을 기존 5980원에서 6280원으로 올렸다. 홈플러스의 계란 30구 가격은 6090원에서 6290원이 됐다. 롯데마트 역시 이번주 중으로 5% 가량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현재 살처분된 가금류 가운데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 숫자만 400만 마리가 넘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 달걀값 역시 상승세 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중순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AI는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경기 이천 오리 농가, 안성 토종닭 농가, 양평 오리 농가, 평택 달걀 농가 등에선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예방적 살처분 이후 AI 양성이 나온 곳을 포함해 벌써 확진 농가만 7개 시·도 23개 시·군 127곳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 첫 발생일인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210개 농가에서 총 810만1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고, 앞으로 155만5000마리가 추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백상경 기자 /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