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국회 청문회에 일제히 불려나간 대기업 총수들은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차원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에 찬성하는 총수들이 나왔고, 삼성그룹은 그룹의 최고의사결정조직인 미래전략실을 없앨 의사를 밝혔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 9명은 정경유착의 낡은 관행을 청산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에 대가성은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적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청와대 지시를 받은 전경련이 할당해준 금액만큼 각자 출연했다는 설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단 출연이 강요냐 뇌물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 당시에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으로부터 문화 융성,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기업들도 아낌없이 지원해달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그러나 단 한번도 무엇을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정경유착 중단 선언을 요구하는 의원들을 향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이 많다”며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수차례 숙였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해체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국민들과 의원들이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밝혔다.
다른 총수들도 대가성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도 “대가를 기대해서 출연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활동을 주도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구심체 역할을 했던 전경련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해체 요구도 쏟아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 자체에 대해선 뭐라 말씀드릴 자격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향후 전경련에 기부금(회비)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전경련 활동에서 손을 떼는 수순을 밟을 뜻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이 전경련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청문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해체에 찬성의 뜻을 밝혔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발전적 해체를 주문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전경련은 (미국의 씽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변해야한다”면서도 “전경련은 재계의 친목단체로 남아야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송성훈 기자 /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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