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조선업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부터 발주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조선업체들은 여전히 시황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와 증권가의 시각 차이는 각자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추천한 종목의 주가를 띄워야 하는 증권사는 긍정적 요인에 집중하는 반면, 노조와 임금·단체 협상을 아직 끝내지 못한 조선업체들은 부정적 요인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업황을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일부 도크의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중공업도 내년 말 가동을 중단하는 도크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실적 부진을 내세우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회사 내 비조선 사업부들을 독립시키기 위해 회사를 6개로 분리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앞서 약 2000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고, 설비·지원 부문을 분사해 현대중공업MOS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사회가 끝나고 나서야 회사의 분리 계획을 접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회사 측이 노조와 상의도 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오는 23일, 25일 조합원 전체 파업을 한 뒤 전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사회의 분사 의결은 어려운 경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급박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홍보 부서도 이사회 결과가 나오기 전에 회사 분리에 대한 안건이 올라간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 협상을 하는 중이다. 노사는 지금까지 50차례 이상 만나서 협상했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임금협상을 끝내지 못한 상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여름까지 노동자협의회와 임금협상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노협 집행부가 바뀌었다”며 “최근 새로운 노동자협의회 집행부의 구성이 완료돼 다시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협상을 앞둔 조선업체들은 수주 가뭄을 내세우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조선업황을 전망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연료유 규제, 석유제품 운반 수요 증가 등 업황 회복을 점칠 수 있는 요인들은 있지만 아직까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내년부터 세계 선박 발주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내년 조선업황을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조선업체들에 대한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조선 빅3의 수주실적이 17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도 글로벌 해운업에 대한 환경·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신규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의 근거로 내세우며 선박 발주 시장 회복을 점쳤다.
증권사들은 가장 빨리 불황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선업체로 현대중공업을 꼽는다. 그 동안 진행한 구조조정의 효과로 비용 지출을 줄였으며 아직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6개 회사로의 분리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6일 하루에만 메리츠종금증권,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 LIG투자증권, 현대증권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각각 상향했다. 이날 내년 전망 자료를 발표한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꼽았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전망에 대해 조선업체 관계자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조선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들의 전망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며 “악재보다는 호재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조선업체와 같은 입장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부 교수(학과장)는 “내년 발주 계획을 보면 올해보다 나아지는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업황 개선이 이뤄질 수준은 아니다”며 “조선업체들은 내년까지는 생존에 더 방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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