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상에 의한 급성 경막하출혈로 수술후 317일간 생존하다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과 사망진단서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었던 국정감사가 마침내 끝났다. 이제 모든 국민이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의사들은 사망진단서 작성에 보다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며 환자가족들은 의심의 눈치를 보내며 작성의 오류가 있는지 꼼꼼히 따지게 될 것이다.
고 백남기님의 사망진단서 작성에 관한 서울대학교병원 기자설명회에서 주치의는 환자 가족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아 급성 신부전에 대한 체외투석을 못해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표기했으며, 최선의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했다면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마치 가족들이 최선의 치료를 거부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갑자기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었고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들이 유족에 대한 혐오와 모욕이 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감장에서는 국회의원들과 증인들, 참고인들의 질의와 답변 속에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위험한 발언들이 오가며 논란이 일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후 ‘호스피스연명의료법’) 통과에 참여했던 나로서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9월 25일 고인이 사망이 임박한 임종의 과정에서 체외투석을 받지 않았지만 대한의사협회지침,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대법원 판결과 호스피스연명의료법에 따른 것이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법률에 따르면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고인의 공개된 의무기록 내용들을 살펴보면 고인은 체외투석을 실시해도 더 이상 생명연장이 불가능한 임종과정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확인된 상태이므로 법률에 따라 이를 시행하지 않았더라도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다. 2016년 7월과 9월, 고인의 가족 두 사람(배우자·딸)이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에 순차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큰 고통이 따르지 않는 검사, 처치 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합하게 서명했다.
그러나, 고인의 사망과정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몇 가지 오해가 있다. 먼저, 식물인간상태에서 왜 투석을 권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2008년 ‘식물인간처럼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생명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아 자연적인 죽음보다 앞서 생명을 마치게 하는 행위’에 대한 조사에서 일반인의 75%, 환자의 76%, 환자 가족의 70%, 암 전문의의 60.8%가 찬성한다는 태도를 보였던 것처럼 식물인간의 생명에 대한 가치 충돌이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지침, 즉 대법원 판결 및 법률에서 보듯이 식물인간 상태에서는 연명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되며 그 상태에서 급속도로 악화되어 사망이 임박한 임종과정에서만 중단할 수 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서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뿐이며 그 시점은 죽음이 임박한 임종과정에 있는 경우만 가능하다. 사실, 승압제 이뇨제 항생제 수혈 등은 가족들이 요구해도 중단될 수 없다. 다행히 의료진은 가족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가족들을 설득하거나 양해를 구해 최소한의 치료를 시행했다.
세 번째, 주치의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칼률혈증에 대해 체외투석을 하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하였지만, ‘그 시점’에서 사망하지 않았을 뿐 당시에 수 시간 혹은 수 일내에 사망에 이르는 임종과정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왜 가족들이 반대하는 연명의료를 계속했는지” 혹은 “가족들이 반대하더라도 투석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구심들은 잘못된 것이다. 가족들과 의료진이 연명의료계획서에 기초해 상호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와 양해를 통한 연명의료 결정과정은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사망진단서 작성와 사망원인 논란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가족분들에게 사과를 드리며 고 백남기님의 영면을 기원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호스피스연명의료법 제정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병원들에서는 연명의료 결정에 혼선이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정부는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신속히 만들고, 의료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통일된 연명의료계획서 서식, 연명의료결정의 대상자와 적용 시기,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절차 등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인들에 대한 교육 또한, 서둘러 더 이상 환자들과 의료진들사이에 연명의료결정에 대해 갈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