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문기업 바이오니아가 개발한 지카바이러스 다중진단키트 ‘액큐파워ZIKV’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니아는 지난달 28일 자사 진단키트를 승인완료했다는 WHO의 공문을 받았고, 홈페이지 ‘긴급사용을 위한 평가 및 등재(EUAL)’ 리스트에 2일 등재됐다고밝혔다. 지카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오면, 각국에 신속히 배포할 수 있도록 미리 테스트와 승인을 거쳤다는 인증으로, 각국에서는 이 리스트를 참고해 구매를 결정한다.
바이오니아의 다중진단키트는 기존 제품 대비 절반의 바이러스만 있어도 검출 가능하며, 지카와 뎅기·치쿤구니아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남반구는 이제 여름에 접어들며 지카 바이러스 확산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지카가 만성질환의 성격을 띄고 있어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단순히 진단시약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단장비까지 100% 우리 기술로 완성한 토탈 시스템을 수출한다. 지카는 물론 다른 질병 진단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진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카·뎅기·치쿤구니아는 같은 플라비(Flavi) 바이러스에 속하고 같은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 초기증상이 비슷한데다 뎅기와 지카 바이러스간의 항체교차반응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어 오진율이 높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세 바이러스에 중복감염되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어, 3종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제품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WHO가 인정한 지카 분자진단 키트는 두 종류뿐이다. 경쟁사의 분자진단 키트는 지카만 검출하지만, 우리는 검사 한 번에 3종을 진단한다”며 “같은 값이면 3종키트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가격도 28달러 수준인 경쟁제품과 비슷하게 책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카 진단키트는 많은 사람을 간단히 검사해 빠른 시간안에 결과를 알 수 있는 신속 면역진단키트와 환자 확진과 예후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데 쓰이는 분자진단 키트로 나뉜다. 바이오니아는 지카·뎅기·치쿤구니아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키트로 WHO가 인정하는 구매사용요건을 충족한 첫 회사가 됐다. 분자진단 키트뿐 아니라 면역진단 키트도 ODM방식으로 수출한다. 젠바디가 개발한 시약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함께 브라질 국영제약회사 바이아파르마와 협력관계를 맺고 신속 진단키트를 공급하기로 했다. 바이오니아는 이 면역진단키트의 브라질을 제외한 세계 판권도 가지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전세계 지카 발생국가에 한국 분자진단 기기를 수출할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다. 지카 뿐 아니라 에이즈나 B형·C형간염, 결핵 등 더 큰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분자진단 시장규모는 10조원, 이 중 절반 정도는 에이즈 등 4대질환이 차지한다. 특히 바이오니아는 직원들이 한달에 2~3주씩 머무를 정도로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 진단시스템은 검체만 잘 넣어주면 나머지는 기계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도 사용할 수 있다”며 “분자진단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나라에 진출해, 없던 시장을 창출하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니아 지카 키트는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와 질병관리본부 긴급 사용허가를 받았고, 유럽체외진단 마크인 CE IVD 등록도 완료해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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