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6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롯데 총수’로서 재신임을 받았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지만, 현재로서는 대표직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를 얻어낸 것이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25일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계 주주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였다.
26일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는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2시 10분까지 2시간 40여분간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인 신동빈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 대표직을 수행하는데 이상이 없는 지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신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된 과정, 혐의사항 등에 대해 설명하고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이에 앞선 25일 대국민사과 직후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사회를 앞두고 이사회의 분위기 파악과 각종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롯데 주주들에 대한 설득작업 또한 병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일본의 기업문화로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표직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게 일본 경영계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불구속 상태인 만큼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3심까지 재판을 받아야 유·무죄를 따질 수 있다는 점,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등을 이사회에서 강조했고, 이사진들 또한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이사회 회의가 길어졌지만, 대표직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25일 일본 현지 언론과 만나 일본 롯데에서도 자신의 직무를 흔들림없이 수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맡고 있는) 직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며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 야구팀 구단주 대행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신 회장은 또 적자가 쌓인 일본 프로야구단 지바 롯데마린스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100% 없다”고 밝혔다. 롯데홀딩스의 제과기업 롯데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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