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유능한 한국인 청년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미국 비즈니스계의 유리천장은 이들이 높은 위치에 오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미은행은 이들이 유리천장을 뚫고 백인사회에서 성공하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196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금종국 한미은행장은 재미교포사회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미국에서 은행업계 CEO를 지낸 인물이다. 금 행장은 3년 전 한미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기 전 무려 14년 동안 미국은행인 퍼스트캘리포니아뱅크의 수장을 맡았다. 2013년 퍼스트캘리포니아뱅크를 성공적으로 매각 시킨 뒤 그는 미국 교포은행인 한미은행으로 둥지를 틀었다. 금 행장이 한미은행을 맡은 최근 3년간 은행의 수익은 50% 성장했고, 시가총액은 70% 증가했다. 현재 한미은행은 자산 45억달러, 시가총액 8억5000달러로, 미국내 교포은행 중 1, 2등을 다투고 있다.
한미은행을 미국 교포은행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은행으로 키운 금 행장이지만 정작 그는 “우리의 비즈니스 목표는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지난달 말 제주에서 열린 제15차세계한상대회에서 만난 금 행장은 시종일관 ‘미국 교포사회의 발전’을 강조했다.
금 행장과 한미은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교민사회를 지원하고 있다. 생계가 어렵거나 알콜 중독 부모를 둔, 또는 학대를 일삼아 온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대학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경제형편이 넉넉치 못한 싱글맘들에게 한미은행 내 일자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여러 사회환원 활동 중 금 행장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한국 청년들이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유리천장’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 행장은 올해 처음 한국인 가정 자녀들에 대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는 인턴들에게 단순히 금융실무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직장 내에서의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스킬, 옷 입는 법 등 전반적인 ‘자기 포지셔닝’ 노하우를 전수한다.
금 행장은 “젊은 교포 2세들은 코리아타운이라는 울타리를 잘 벗어나지 않았던 1세대들의 자녀”라며 “자기 사업만 해오며 ‘바깥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1세대들은 자식들에게 비즈니스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들을 전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포 2세대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전문직종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비즈니스 스킬이 부족한 점이 더 높은 자리로 오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수십년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대형 회계법인, 로펌, 은행들을 방문해봤다. 가보면 한국계를 비롯한 황인종 직원들이 너무 많이 있지만 정작 관리자급은 모두 백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똑똑한 교포 청년들이 미국 비즈니스 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는 데에는 아주 약간의 도움이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세대에는 더 많은 한국계 CEO들이 탄생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제주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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