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성소수자들의 ‘2016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는 특별한 채용행사가 함께 열렸다. 인기 화장품 기업 러쉬(LUSH)가 축제를 즐기는 참가자들에게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코너를 마련한 것. 이 이벤트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러쉬의 브랜드 가치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 이벤트가 대기업 채용시즌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조건적인 무스펙 채용이 아닌 기업만의 색을 반영한 참신한 채용이라는 평가와 취업을 위해 사실상 퀴어축제를 방문할 것을 요구한 황당한 이벤트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러쉬, 성소수자 문화축제 즐기면 이력서 OK…성소수자 가산점도
영국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는 지난 6월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 공식 참가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와 이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축제로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 뉴욕·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는 행사다.
러쉬는 올해 4번째로 참가해 현장에서 ‘핑크이력서’를 통해 신입 매장직원 지원서를 받았다. 러쉬 매장직원이 되고 싶다면 축제에서 행사를 즐기는 인증샷을 찍은 뒤 닉네임, 이메일, 자택주소 등 간단한 신상정보와 두 줄의 자기소개를 적어 부스에 지원서를 내면 된다. 성소수자들이 취업은 물론 직장 내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성소수자들을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확대되길 바란다는 취지로 러쉬는 이같은 행사를 준비했다.
핑크이력서를 통해 성소수자들은 물론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약 50명이 러쉬의 문을 두드렸다. 접수된 이력서는 추후 리크루팅 파티를 통해 채용까지 이어졌다.
이같은 파격 채용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그간 성소수자들을 인정하는 러쉬의 기업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러쉬는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 대표기업 중 하나로 게이 커플을 내세운 광고를 내기도 했다. 또 러쉬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산점도 부여하고 있다.
◆취업 위해 퀴어축제까지 가야하나…네티즌 갑론을박
러쉬의 기업철학을 담은 행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러쉬의 채용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축제를 실시했던 6월은 채용 시즌을 비켜가 소수의 지원자를 제외하고 이 행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하반기 채용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무스펙을 내세우는 곳부터 독특한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났고 러쉬 또한 재조명 받고 있다.
우선 러쉬의 채용 방식에 대해 ‘참신하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네티즌은 “취준생으로서는 축제를 핑계로 바람도 쐬면서 새로운 문화체험도 하고 독특한 기업문화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며 “해당 행사를 미리 알았다면 꼭 현장에 방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행사가 성소수자들을 옹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네티즌은 “등교할 때마다 러쉬를 지나쳤고 제품도 좋아해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지만 성소수자들을 옹호한다는 말에 망설여진다”며 “입사를 하려면 성소수자 축제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러쉬는 핑크이력서 이벤트 외에도 일반적인 공개채용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지원자들을 받기 위해 폭넓은 입사경로를 열어놨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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