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메뉴 같은 맛의 ‘이색과자’들이 과자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과 업체들이 ‘허니버터’, ‘바나나’등 한 가지의 맛이 인기를 모으면 비슷한 맛을 내는 과자를 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슷한 신제품을 출시했다면, 최근에는 ‘더 특이한’ 맛의 제품을 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이들은 카테고리의 대표제품 자리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관련 제품군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감초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오리온은 고래모양 과자인 ‘고래밥’이 지난 한 달 간 매출액 30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시된지 30년이 넘은 과자인 고래밥의 인기를 다시금 견인한 주역은 지난 8월 출시한 ‘고래밥 양념치킨맛’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양념치킨맛이 고래밥 전체 매출 중 20%를 차지하며 판매량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고래밥 양념치킨맛 뿐 아니라 올 들어 포카칩 구운김맛, 포카칩 토마토파스타맛, 스윙칩 간장치킨 맛 등의 이색 제품을 내 놨다. 농심 역시 포테토칩 맛짬뽕, 포테토칩 짜왕을 내 놨다. 빙그레도 지난해 10월 꽃게랑 불짬뽕 등을 출시하며 ‘짬뽕맛 과자’ 의 문을 열었다. 롯데제과도 지난 3월 꼬깔콘 새우마요를 출시했는데, 출시 보름만에 100만봉을 판매하며 톡톡히 재미를 누렸다.이러한 이색맛 과자의 인기에 힘입어 유통업체인 GS리테일도 오리온과 손을 잡고 히트상품인 ‘오모리 김치찌개라면’을 응용한 스윙칩 오모리 김치찌개맛 과자를 내 놓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참기름 감자칩’을 선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SNS에 익숙한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기업들이 맛에다 재미를 더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먹으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외에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흥미거리를 함께 제공해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 과자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까지 개발되며 인증사진과 함께 온라인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과자를 잘게 부숴 밥, 참기름, 참치등과 함께 비벼 먹는 ‘스윙칩 오모리 김치찌개 과자 비빔밥’은 많은 이들이 맛을 인정한 대표 레시피 중 하나다.
이러한 ‘이색맛’의 인기는 최근 젊은층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자요리’ 등 이색 조리기법의 인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자요리란 음식재료의 질감이나 조직·요리법들을 변형시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 기법이다. 가령 오리브오일을 순간 냉각해 아이스크림으로 만드는 식이다. 이색과자들의 주요 판매 통로가 주로 분자요리 등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20대들이 주로 찾는 유통 채널인 점도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일부 마니아층을 공략한 틈새상품인 만큼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움직임도 보인다. 식품·유통기업들의 빅데이터를 어설프게 활용해 낳은 ‘괴작’이라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식품·유통업계가 매출·선호 연령층 분석 등 빅데이터 기법을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는데 20대가 선호하는 맛과 인기 과자를 접목해 신제품을 내 놓는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적응 초기라 일부 에서는 ‘괴작’ 수준의 제품이 나오는 것 역시 사실” 이라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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