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서 1천원하는 배추를 소비자들은 10배나 비싼 값에 사 먹어야 한다니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과 추석 수요가 겹치면서 채솟값이 연일 널을 뛰고 있습니다.
상품 배추의 경우 포기당 1만원을 호가합니다. 반면 산지 거래가는 1천원 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산지 가격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매번 '배추 파동' 때마다 문제로 지적되는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입니다. 물론 올여름처럼 지독한 가뭄과 폭염 때문에 작황이 부진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역시 유통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출하된 배추는 강원도 등에서 재배된 고랭지 여름 배추입니다.
대부분의 배추 농가는 계약재배 형태로 산지 유통인과 거래합니다. 파종 전 수확량과 관계없이 3.3㎡(1평)당 일정 금액을 받기로 계약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작황 부진에 대한 리스크(위험)는 산지 유통인이 책임집니다. 배추는 특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1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태백 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올해는 보통 3.3㎡(1평)당 9천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포기로 따지면 대략 1포기당 1천원선입니다.
3천300㎡(1천 평) 규모의 배추밭을 가진 농민이 계약재배를 하면 농사를 망치더라도 900만원의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대신 올해처럼 배춧값이 급등해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추가 수입은 없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공시된 지난 9일 기준 상품 배추(1㎏)의 평균 도매가격은 2천140원입니다. 평균 소매가격은 이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많은 8천128원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배추 상태에 따라 최고 1만3천원까지 거래됩니다. 산지와 비교하면 8배에서 13배나 비쌉니다.
김진복 태백 귀네미마을 통장은 "소매가가 오른 만큼 농민들도 득을 보려면 계약재배가 아니라 '밭떼기'나 '차떼기'로 출하를 해야 하는데 작황이 부진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올해도 폭염 때문에 농사를 망친 일부 노지배추 농가는 수확도 못 하고 밭을 갈아엎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째 배추 작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위험 부담을 고려하면 큰돈은 못 벌더라도 안전한 계약재배를 선택하는 게 요즘 추세"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산지보다 8∼13배 비싼 값에 배추를 사 먹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붙는 중간 마진이 상식선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통 농민에게 배추를 사들인 산지 유통인은 도매시장에서 상·하차비, 경락가 차액 등을 따져 수입을 챙깁니다. 이어 중도매인과 유통점·소매상·소매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매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마진이 붙습니다.
요즘처럼 시세가 좋을 때는 과거 손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마진율이 더욱 높아집니다. 결국 최소 5단계 이상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산지에서 1천원 하는 배추가 1만원을 호가하는 배추로 둔갑한 셈입니다.
배추와 함께 대표 김치용 채소로 꼽히는 무 역시 비슷합니다.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 무 농가도 대부분 계약재배를 하는 데 단가는 3.3㎡(1평)당 1만원 선입니다.
여기서 생산된 무 20㎏(평균 15개)의 도매가는 상품 기준 2만2천200원, 소매가는 개당 2천914원이다. 어림잡아서 도매가와 소매가 차이가 개당 2배 차이입니다.
김용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치항1리 이장은 "중간상인 마진이 높아 무 가격이 올라간 거지 농민들은 평당 6천원 정도 수입을 얻는다"며 "올해처럼 작황 부진으로 물량이 딸려 채솟값이 오를 때는 수입으로 가격 조절을 해야 하는 데 한진해운 사태가 겹쳐 어렵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보다 값이 30% 정도 오른 쪽파는 유통구조가 그나마 짧은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재배 기간이 짧은 쪽파는 보통 산지 유통인을 거치지 않고 '차떼기'로 도매시장에 나갑니다. 짧으면 유통과정을 3단계 정도만 거칩니다.
그렇다고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이가 적은 건 아닙니다.
지난 9일 현재 상품 쪽파(1㎏)의 평균 도매가는 4천240원인 반면 소매가는 70%가량 비싼 7천195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창소 쪽파마을 김순철 이장은 "쪽파는 대부분의 농민이 직접 경매에 참여하기 때문에 시세에 따라 수입도 달라진다"며 "다만 도매가가 내려가더라도 중간 유통과정에서 마진율을 조정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하락은 훨씬 적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근대적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되지 않는 한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이 서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유통단계를 축소하거나 직거래를 확대하는 등의 정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과 추석 수요가 겹치면서 채솟값이 연일 널을 뛰고 있습니다.
상품 배추의 경우 포기당 1만원을 호가합니다. 반면 산지 거래가는 1천원 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산지 가격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매번 '배추 파동' 때마다 문제로 지적되는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입니다. 물론 올여름처럼 지독한 가뭄과 폭염 때문에 작황이 부진한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역시 유통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출하된 배추는 강원도 등에서 재배된 고랭지 여름 배추입니다.
대부분의 배추 농가는 계약재배 형태로 산지 유통인과 거래합니다. 파종 전 수확량과 관계없이 3.3㎡(1평)당 일정 금액을 받기로 계약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작황 부진에 대한 리스크(위험)는 산지 유통인이 책임집니다. 배추는 특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1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태백 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올해는 보통 3.3㎡(1평)당 9천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포기로 따지면 대략 1포기당 1천원선입니다.
3천300㎡(1천 평) 규모의 배추밭을 가진 농민이 계약재배를 하면 농사를 망치더라도 900만원의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대신 올해처럼 배춧값이 급등해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추가 수입은 없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공시된 지난 9일 기준 상품 배추(1㎏)의 평균 도매가격은 2천140원입니다. 평균 소매가격은 이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많은 8천128원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배추 상태에 따라 최고 1만3천원까지 거래됩니다. 산지와 비교하면 8배에서 13배나 비쌉니다.
김진복 태백 귀네미마을 통장은 "소매가가 오른 만큼 농민들도 득을 보려면 계약재배가 아니라 '밭떼기'나 '차떼기'로 출하를 해야 하는데 작황이 부진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올해도 폭염 때문에 농사를 망친 일부 노지배추 농가는 수확도 못 하고 밭을 갈아엎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째 배추 작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위험 부담을 고려하면 큰돈은 못 벌더라도 안전한 계약재배를 선택하는 게 요즘 추세"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산지보다 8∼13배 비싼 값에 배추를 사 먹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붙는 중간 마진이 상식선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통 농민에게 배추를 사들인 산지 유통인은 도매시장에서 상·하차비, 경락가 차액 등을 따져 수입을 챙깁니다. 이어 중도매인과 유통점·소매상·소매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매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마진이 붙습니다.
요즘처럼 시세가 좋을 때는 과거 손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마진율이 더욱 높아집니다. 결국 최소 5단계 이상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산지에서 1천원 하는 배추가 1만원을 호가하는 배추로 둔갑한 셈입니다.
배추와 함께 대표 김치용 채소로 꼽히는 무 역시 비슷합니다.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 무 농가도 대부분 계약재배를 하는 데 단가는 3.3㎡(1평)당 1만원 선입니다.
여기서 생산된 무 20㎏(평균 15개)의 도매가는 상품 기준 2만2천200원, 소매가는 개당 2천914원이다. 어림잡아서 도매가와 소매가 차이가 개당 2배 차이입니다.
김용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치항1리 이장은 "중간상인 마진이 높아 무 가격이 올라간 거지 농민들은 평당 6천원 정도 수입을 얻는다"며 "올해처럼 작황 부진으로 물량이 딸려 채솟값이 오를 때는 수입으로 가격 조절을 해야 하는 데 한진해운 사태가 겹쳐 어렵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보다 값이 30% 정도 오른 쪽파는 유통구조가 그나마 짧은 편입니다.
상대적으로 재배 기간이 짧은 쪽파는 보통 산지 유통인을 거치지 않고 '차떼기'로 도매시장에 나갑니다. 짧으면 유통과정을 3단계 정도만 거칩니다.
그렇다고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이가 적은 건 아닙니다.
지난 9일 현재 상품 쪽파(1㎏)의 평균 도매가는 4천240원인 반면 소매가는 70%가량 비싼 7천195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창소 쪽파마을 김순철 이장은 "쪽파는 대부분의 농민이 직접 경매에 참여하기 때문에 시세에 따라 수입도 달라진다"며 "다만 도매가가 내려가더라도 중간 유통과정에서 마진율을 조정해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하락은 훨씬 적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근대적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되지 않는 한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이 서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유통단계를 축소하거나 직거래를 확대하는 등의 정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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