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리콜을 전격 결정하자 삼성 측의 신속한 대응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동안 큰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던 휴대폰 배터리 연소 이유에 대해 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 등에 올라온 피해 제품 사진을 보면 전부 배터리가 내장된 왼쪽이 심하게 불 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리튬이온전지’로 배터리 속에 셀(Cell)이 있고 이 안에 음(-)이온과 양(+)이온이 있다. 이온들은 가운데 분리막을 통해 드나들면서 앱 구동으로 인한 방전, 충전 등을 수행한다. 적정량의 이온이 드나들게 설계를 해야하고, 분리막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배터리는 금세 과열돼 녹아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일체형으로 들어가게 되는 유니바디 형식 스마트폰은 배터리 용량을 높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셀의 밀도를 키워야하고 스마트폰 전체적으로 얇은 두께를 유지하려면 배터리도 얇게 만들어야 하는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도 얇아지게 마련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분리막이 얇아지면 이온 움직임에 의한 압력에 약해지고 발열이 쉽게 생긴다”며 “분리막이 과도한 열을 받으면 수축하는 소재이기에 이번 사건의 발단이 분리막 결함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분리막 제조는 전지업계에서 기본 기술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것이 원인이라고 밝혀진다면 배터리 공급업체인 삼성SDI 신뢰도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리막보다는 셀 설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고 설명했다. 그는 갤럭시노트7에 ‘고속 충전’ 기능을 넣으면서 이온의 빠른 움직임을 배터리가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셀 설계가 고도화하면 전지 닳는 속도가 느려지고 충전은 빨리 할 수 있도록 최적화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3500mAh의 고용량 배터리를 제품에 탑재하면서 이를 빠르게 충전시키려 했다”며 “다소 무리한 설계를 했을 수 있다”고 봤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지 패키징 문제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리튬이온전지를 감싸는 알루미늄은 보통 외주업체가 담당하는데, 스마트폰에 내장형 리튬이온전지가 들어간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게 문제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발탁 인사로 화려하게 무선사업부 수장에 오른 고동진 사장에게 이번 사건은 그의 위기관리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올초 갤럭시S7 성공을 이끌며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4조 이상을 일궈낸 공신이었다. 지난달 초 그가 미국 뉴욕 무대에서 공개한 갤럭시노트7도 국내외 소비자들 찬사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던 중이었다.
[이경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