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로 승부해온 이디야커피는 올초 위기 의식에 사로잡혔다. 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커피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편의점까지 1000원대 커피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커피 전문점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경고도 계속 들려왔다. 출혈경쟁이 심화되자 이디야는 원두 품질을 높이는 역공을 펼쳤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2800원을 유지하면서 커피 맛을 끌어올려 고객들의 충성도가 더 높아졌다.
불황에 합리적인 가격대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은 덕분에 2000번째 이디야 매장이 문을 연다. 경기도 용인시 신갈에 위치한 ‘용인신갈점’으로 2001년 1호점인 ‘중앙대점’을 낸 지 15년만이다. 토종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국내 커피 전문점 사상 처음으로 2000호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워 의미가 깊다. 매장수 순위는 스타벅스가 930개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3위는 엔젤리너스로 889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디야는 당초 2000호점 달성 시기를 2017년 중반 이후로 예상했으나 매년 300여개 이상 매장을 새로 열어 목표를 1년 앞당겨 달성했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더 이상 커피 매장을 낼 곳이 없다고 했지만 틈새는 있었다”며 “고객과 가맹점주, 직원들 덕분에 3500개 매장까지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방 소도시와 서울 변두리를 더 파고들어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커피전문점이 들어가기에 작은 읍·면 단위 소도시가 이디야의 주요 상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국내 커피 전문점 경쟁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이디야의 성공 비결은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와 가맹점과의 상생을 꼽을 수 있다. 해외에 로열티를 내지 않는 순수 국내 토종 브랜드로 창업 초기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맛 좋은 커피를 제공하자는 원칙을 지켜왔다. 지난 4월 서울 논현동 이디야빌딩 1~2층에 문을 연 복합커피문화공간 ‘이디야커피랩’은 더 좋은 커피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곳에서 원두와 메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이디야는 지난 15년 동안 ‘고객-가맹점-협력사-본사’가 상생하는 기본 원칙을 지켜왔다. 가맹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맹점주 자녀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면서 동반 성장을 지향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업계 최저 폐점률 1%대을 유지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점포 대비 저렴한 창업비용과 중형 규모 (15~25평형) 매장 전략은 소자본 창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디야커피 수익성(평균 연매출을 창업비용으로 나눈 값)은 234%로 커피 전문점 1위를 차지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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