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이자 세계 7위인 해운사 한진해운이 끝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체 ‘빅5’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한진해운은 대마불사(大馬
不死·큰 기업은 절대 죽지 않음을 뜻하는 말) 신화가 무너진 첫 사례로 남게 됐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 KDB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에서 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이 요청한 6000억원 규모 신규 자금 지원안을 논의한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채권단 추가 지원 거부로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은 중단됐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해진 한진해운은 31일 이사회를 연 직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발 화물의 정상적 운송 필요성, 해운·항만산업 종사자 고용 안정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채권단 구조조정 원칙과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한진 측 이 제시한 자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자회사가 된 현대상선을 통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우량 자산을 흡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해외 채권자와 선주사들 협조까지 힘들게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진 측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한진그룹은 해운 산업 재활을 위해 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선 25일과 29일 한진해운은 4000억원 규모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골자로 한 5600억원 경영 정상화 방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한진측 최종 제시안은 회계법인 추산 결과 내년까지 전체 부족자금(1조원~1조3000억원) 대비 턱없이 부족하고 자금 투입시기를 고려할 때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데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은 채권단 지원없이 현대증권 매각, 대주주 사재출연 등 자구노력을 통해 필요 유동성을 확보한 것과 달리 한진해운 유동성을 채권단이 해결해주게 되면 형평성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향후 발생할 구조조정을 감안할 때 대원칙을 지키는 게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해운·항만·무역업계를 통틀어 연간 20조1500억원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해운사들이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하며 어부지리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환 기자 /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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