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EEWS 대학원 이정용 교수 연구팀이 ‘와인의 눈물’로 알려진 마랑고니 효과를 이용해 물 표면에서 유기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기 태양전지는 매우 가볍고 반투명하며 쉽게 휘어지는 성질로 차세대 웨어러블 전자소자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능이 향상되면서 다양한 상업적 응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면적에서 높은 성능을 유지하는 공정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자발적 순간 확산 현상인 ‘마랑고니 효과’를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대면적 고품질 유기 박막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마랑고니 효과는 표면장력이 다른 두 용액이 접할 때 이 표면장력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어나는 빠른 물질 수송 현상이다. 와인이 담긴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면 잔 표면에 물방울이 형성돼 흘러내리는 ‘와인의 눈물’도 마랑고니 효과로 인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유기 물질이 녹아 들어간 용액을 물에 떨어뜨리면 그 순간 물 표면을 따라 빠르게 용액이 퍼지고 얇은 박막이 만들어진다. 이후 용액 속 용매는 공기 중과 물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매우 얇고 균일한 유기 박막이 형성되는 원리다. 종이와 곡면 유리처럼 균일하게 박막을 형성하기 어려운 곳에도 균일하게 박막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수 초 이내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어 유기 박막 손상의 원인인 산소 흡착을 막아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대기 중에서 유기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산소 및 수분으로 인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고효율의 전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산소와 수분 조건을 극복했다는 점은 대량생산의 핵심 기술인 롤투롤(Roll 2 Roll) 공정에 적용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공정은 롤러를 이용해 알루미늄 호일같은 유연 기판에 연속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기에 유기 태양전지의 상용화엔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1m 길이의 단일 유기 박막을 형성한 후 롤투롤 시스템을 이용해 유연 기판에 옮기는데 성공했다. 연구성과는 10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교수는 “초고속으로 대면적 유기 박막을 형성할 수 있는 유기태양 전지 상용화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공정”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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