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팀이 세포의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타 단백질’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을 접목해 빛으로 세포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데도 성공했다.
우리 몸 속 세포는 멈춰있지 않고 이동한다. 암이 전이되는 현상도 암 세포의 이동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세포의 이동에는 여러 종류의 소형 GTP 결합 단백질과 이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GEF 단백질들이 관여한다. 세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부위에 있는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이 활성화되면 세포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내는 액틴 섬유(근육의 가는 필라멘트를 이루는 주요 구조 단백질인 액틴으로 이뤄진 가느다란 사슬)를 중합한다. 이때 지느러미 같은 돌출부가 만들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허원도 그룹리더(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GEF 단백질 중 하나인 PLEKHG3 단백질이 세포의 이동 방향을 결정해주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을 접목해 빛으로 방향타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해 세포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PLEKHG3 단백질은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세포의 골격을 이루고 세포를 팽창시키는 역할을 하는 액틴 섬유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액틴 섬유들은 그물망을 이루면서 지느러미 같은 돌출부를 만든다. 세포는 이를 통해 동력을 얻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PLEKHG3는 액틴 섬유와 강하게 결합해 세포가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로 방향타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해 세포가 움직이는 방향까지 제어했다. 청색광 수용체를 이용해 만든 융합 단백질이 발현된 세포에 청색광을 비추면 PLEKHG3의 기능이 저해되는 원리를 활용했다.
빛을 비추면 세포의 진행 방향 부위에 있는 돌출부가 만들어지지 않아 세포가 이동을 멈추게 된다. 빛을 끄면 세포는 다시 움직인다. 연구팀은 빛을 세포의 일정 부위에만 비춰 세포의 이동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22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허 그룹리더는 “세포 이동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 암세포 전이 및 면역세포 이동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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