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서 연구개발비(R&D)는 당장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미래 먹거리’ 개발을 통한 회사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적은 매출에도 높은 R&D 비중(매출대비 R&D 투자금액)을 보인 중소 제약사들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19일 제약업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R&D투자액은 대형사인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이 1~3위권을 형성했다. 이외에 녹십자와 LG생명과학도 R&D 비중이 두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유한양행·JW중외제약 등 다른 대형사는 R&D비중이 업계평균인 9.2%에 훨씬 못 미치는 6%대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작은 덩치’에도 10% 이상의 높은 R&D 비중을 보인 제약사들이 있다. 부광약품(18.3%)을 비롯, 유나이티드제약(12.9%), 현대약품(11.7%), 일양약품(10.9%)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부광약품은 매출 중위권에도 R&D비중이 LG생명과학(18.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신약개발에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부광약품 레보비르는 지난 2006년 토종 B형 간염치료제로 개발됐지만, 2009년 근육병증 유발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처방액 급감으로 이어져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개량신약의 강자 유나이티드제약도 눈에 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제네릭(복제약) 전문제약사로 성장해 왔으나 2010년 이후 개량신양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유나이티드제약은 마진 좋은 개량신약 매출증가로 향후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될 전망”이라며 “이미 ‘클란자 CR’과 ‘실로스탄 CR’을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와 중국 제약사 JJK사에 기술수출하는 등 장기적으로 해외 성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당뇨병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현대약품과 놀텍·슈펙트 후속연구 및 백신사업 투자비를 늘린 일양약품도 높은 R&D비중을 보였다. 지난달 현대약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우수기술연구센터(ATC)사업에서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개발과제’에 대한 신약 연구가 ‘계속 과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선정된 후보 물질인 ‘HD-3445’(GPR119 효용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안정적인 혈당과 체중 조절에 기여한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놀텍과 슈펙트가 신약 출시를 완료했으나 적응증 추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백신사업 진출 후 관련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글로벌진출을 위한 다국적 임상과 글로벌 임상대행기관의 의뢰가 많아져 R&D 비용이 더욱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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