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에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 교육비 및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을 담으면서 가뜩이나 높은 면세자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으로 면세자 비율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면세자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를 바꿔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31일 재정포럼 7월호에 실린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율은 2006년 47.6%에서 2010년 39.2%, 2011년 36.2%, 2012년 33.2%, 2013년 32.4%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면세점이 인상돼 소위 '연말정산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가 다시 공제제도를 확대, 2014년 귀속분 기준 면세자 비율은 48.1%로 급등했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및 고소득 근로소득자의 경우에도 세금을 안내는 이가 급증했습니다.
총급여 4천만∼5천만원 근로자 중 면세자 비율은 2013년 1.5%(1만8천475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 17.8%(23만5천144명)로 13배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연봉 1억원 이상을 받은 근로자 중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이가 2013년 0.01%(53명)에서 2014년 0.27%(1천441명)로 27배 늘어났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근로자 비율이 48.1%나 되는 것은 조세 원칙은 물론 헌법에 명시된 국민개세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면세자 비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근로자 중 면세자 비율은 2013년 기준 35.8%, 캐나다는 33.5%로 우리나라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낮습니다.
미국의 면세자 비율은 2009년 41.7%에서 2010년 40.9%, 2011년 36.9%, 2012년 35.8% 등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역시 전반적으로 면세자 비율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호주의 면세자 비율은 2009/10년 26.9%에서 2013/2014년 25.1%로 떨어졌습니다.
면세자 비율 산정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영국의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2014/2015년 기준 2.9%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2명 중 1명만 소득세를 내지만 영국은 100명 중 97명이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정부의 세제개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득세율 조정 등 근본적인 체계를 건드리지 않는 대신 공제 확대에 치중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3년 연장, 체험학습비 등 교육비 세액공제 신설, 월세 세액공제율 12%로 상향 조정 등이 담겨 면세자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법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매년 명목임금 상승 등으로 면세자 비율은 2%포인트(p) 가까이 내려갑니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으로 공제가 확대되면서 당초 전망에 비해서는 면세자 비율 감소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면세자 비율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면세자 비율을 낮춰가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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