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본사의 글로벌 브랜드 고위임원이 방한해 사례 연구를 할 정도로 한국이 전세계 최고급자동차 판매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31일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스웨덴 본사에서 프리미엄 차량인 ‘XC90 엑설런스’ 프로젝트의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안젤린 엘프스트롬이 한국을 찾았다. 엘프스트롬 매니저는 볼보가 최근 출시한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C90의 최상위급인 엑설런스의 글로벌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엘프스트롬 매니저가 방한한 것은 1억3780만원을 호가하는 XC90 엑설런스 판매 예상 수치가 한국에서 기현상에 가까울 만큼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본사 차원에서 올해 연간 XC90 엑설런스 수요 신청을 받은 결과 한국이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차량을 요청한 국가로 드러났다. 이는 독일, 프랑스는 물론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보다도 높은 수치다.
볼보의 고급 세단인 S80 역시 지난 해 한국에서 672대가 팔려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최다 판매 시장이 됐다. 반면 볼보의 지난 해 한국 시장 판매량은 4238대로 글로벌 전체 판매량(50만3127대)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독 고급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는 데 본사에서 궁금증을 가지고 임원급 인사를 파견하게 된 것이다.
볼보자동차 코리아 관계자들은 엘프스트롬 매니저에게 한국 고급차 시장에 대해 이해시켜주기 위해 수입차 격전지 서울 강남구의 도산대로로 안내했다. 엘프스트롬 매니저는 차도에 즐비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벤츠 S클래스 등을 보고 놀라 “한국이 고급차 시장으로 정말 큰 가능성이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추후 볼보자동차가 이번 XC90 엑설런스와 같은 최고급 차량을 개발할 때 한국 시장에 대해 특별히 고려해야 할 필요를 역설했다.
XC90은 한국 시장에 공개할 당시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된 게 아니냐”는 불평 섞인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3월 사전 계약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570대 판매될 정도로 예상을 넘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고급 모델인 T8은 104대로 전체 18%를 차지했고, 이중에서 다시 24%에 해당하는 25대가 최상위급인 엑설런스였다. XC90 엑설런스에는 냉장고, 접이식 테이블, 명품 유리 제조사가 제조한 유리 소재 기어레버 등 볼보의 89년 역사상 가장 많은 프리미엄 사양이 적용됐다.
고급자동차일수록 더 잘 팔리는 현상이 발견되는 건 비단 볼보에서 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 아우디 한국 판매량은 글로벌시장 전체에서 8위를 기록했지만 프리미엄급인 A7과 플래그십 세단 A8 판매량은 전체 4위에 해당한다. BMW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해 글로벌 시장에서 8위를 기록했지만 고급차일수록 판매량 순위가 높아져 5시리즈는 5위, 7시리즈는 4위를 차지했다.
대당 2억3000만~2억9100만원의 높은 가격으로 프리미엄 위의 초프리미엄급으로 꼽히는 벤츠 마이바흐는 올해 들어 한국 시장에서 450대 팔렸다. 판매량에 있어 중국에 이어 전세계 2위에 해당한다. S클래스 역시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많이 팔린 시장이 한국이다. 이에따라 수입자동차 브랜드들은 최고급 차 고객 전용 서비스를 늘리는 등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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