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모니터링하는 한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비관세조치를 최우선 논의하기로 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27일 “최근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해 비관세장벽에 대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비관세장벽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비관세장벽은 관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외국산 제품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다. 통관과 인증 규제가 대표적이며 보건위생 규정, 수량 제한, 수입허가제 등도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은 △범정부 대응체계 강화 △정보제공 확대 △민간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이다. 이는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논의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다.
이 차관보는 “부처별로 비관세장벽 담당관(PM)을 지정해 진행상황을 상시 업데이트할 것”이라며 “기업 컨설팅이나 상대국 정부와 협의를 지원해 범정부 추진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비관세장벽 관계부처 회의가 열려 12개 부처별 담당관(과장급)이 지정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무역정보망인 ‘트레이드내비’(TradeNAVI.or.kr) 내에 국가, 유형, 품목별 비관세장벽 데이터베이스(DB)를 확충하는 등 정보제공을 늘리기로 했다. 유망품목을 중심으로 단계별 대응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비재의 경우 인증과정 등이 더 복잡하기 때문에 이 분야를 특화해서 비관세장벽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의 비관세장벽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해외규제에 대비하는 맞춤형 제품 R&D, 인증·지적재산권 컨설팅 제공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FTA 관련 협상을 할 때 비관세조치를 최우선으로 논의하고, 정부 간 고위급 회담 때도 핵심 의제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민관 합동 ‘비관세장벽 협의회’를 통해 대응방안을 협의해 왔던 수준 이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 차관보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무역보복 움직임에 대해 “아직까지 중국으로부터 특별한 반응이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면밀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각국의 반덤핑 관세판정에 대해서는 “특히 철강의 경우 글로벌 공급 과잉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반덤핑 관련 제소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중순 열린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13년 동안 중단된 ASEM 경제장관회의의 한국 개최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달 말 ‘ASEM 경제장관회의 준비기획단’을 신설할 예정이다.
[고재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