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9월 김영란법 시행이 몰고올 부정적 효과들에 대해 작심발언을 했다. 경제적으로 특정 산업에 피해가 집중될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될 위험이 크다는 진단을 내놨다.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방문한 유 부총리는 지난 23일 밤 현지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정말 걱정된다”며 “한 연구원에서 김영란법 경제적 효과(연간 경제적 손실)를 11조원 정도로 봤는데, 그 정도라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1500조원의 0.7∼0.8%, 1%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1조원이) 길게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특정 산업에 영향이 집중되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문제”라며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부정청탁 금지가 사실 더 큰 부분인데 법 때문에 사회가 어떻게 움직일지, 서로 서로 못 믿는 세상이 될지 그런 점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입법예고한 ‘3-5-10 시행령’(1인당 식사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제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 부총리는 “경조사비 상한을 더 세게 3만원으로 해서 더 못내게 해야 한다는 분들이 있는데 언젠가는 그렇게 가겠지만 장고한 관습을 법 하나로 일거에 고치겠다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애사와 장사는 품앗이 해서 (서로 힘을 모으는) 인보적 의미가 커서 10만~20만원도 내고 특히 조의금은 많이 내는 것”이라며 “100만원, 200만원 되면 뇌물이지만 그건 지금도 법원 가면 뇌물로 판단이 나는 것이고 그걸 한도를 정해서 그 문화를 바꾸겠다고 하는 건 좀 그런거(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또 “식당들이 특히 문제”라며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은 안 하고 있지만 해야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법시행 후 실물경제가 받는 영향 정도에 따라 대응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법적용 대상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 장·차관, 고위 공무원단, 판사·검사 같은 특수직 정도로만 한정하고, 이해충돌 방지법이 포함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공직자 전원을 포함하니 언론도 따라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유 부총리는 “어떤 사람은 국회의원 3-5-10 빠진다고 하는데 기가 막힌다, 국회의원 빼고 어떻게 만들 수 있겠나”며 “지역 주민 민원 받은 건 부정청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하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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