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품과 여가용품의 중고거래 급증과 함께 30~40대가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 중고거래는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은 2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경기부진의 장기화로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된 30~40대가 실속있는 소비에 나서면서 이들 연령대의 중고거래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회원수 1600만명으로 국내 최대 중고거래 게시판인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고나라의 연령대별 회원 비중은 30대(35.9%), 40대(27.8%), 20대(27.6%) 순으로 조사됐다. 불과 몇년 새 30~40대의 비중이 20대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지난 2013년 기준 회원 비중은 20대 33%, 30대 29.7%, 40대 21.2%로 2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4년에도 20대(32.1%), 30대(31.4%), 40대(23.4%) 순으로 역시 20대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30대 비중이 33.2%로 20대(30.3%)를 넘어섰고, 올해는 40대 마저 20대를 추월하게 됐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최근들어 해를 거듭할수록 30~40대의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해가 바뀌면서 20대에서 30~40대로 자연히 넘어가게 된 회원들도 있지만, 최근들어 유아용품·여가용품 등 거래에서 실속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아용품은 사용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특성에 따라 최근들어 중고거래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유아용품을 거래하는 부모들이 주로 30~40대인 만큼, 유아용품의 중고거래 급증이 이들 연령대의 중고거래를 늘렸다는 해석이다. 실제 중고나라의 상품 분류 카테고리 가운데 유아·아동용품은 2015년부터 절대적인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올들어 관련 게시글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나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0~40대가 여가생활에 활용하는 고가 자전거나 골프용품 등도 중고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새 제품을 구입하기보다는 중고제품을 구입해 저렴한 가격에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실속형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골프용품 관련 게시글은 전년대비 80%가 늘었고, 고가 자전거 관련 게시글 또한 증가율이 90%에 육박한다. 캠핑용품 게시글 또한 40% 가까이 증가했다.
드론·전동 스쿠터 등 ‘키덜트’ 제품 또한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중고나라에서 드론 중고거래는 지난해 2분기 1300건에서 올해는 3450건으로 약 2.6배가 늘었으며, 1인용 전동스쿠터 또한 같은 기간 250건에서 1000건으로 4배 가량이 늘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중고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품목으로 확대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며 “경기부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갑 사정’을 고려하는 행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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