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에 사는 30대 싱글녀 김은영 씨는 최근 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15만 원에 달하는 반려견 옷을 구매했다. 본인 옷을 사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김 씨지만 자식과도 같은 반려견을 ‘패셔너블’하게 꾸며주는 데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김 씨는 “내 옷을 명품이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사기는 부담스러운데, 강아지 옷은 상대적으로 저렴해 ‘작은 사치’를 누리는 느낌도 들고, 반려견이 예쁜 옷을 입고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펫팸족(pet+family)’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패션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사람 패션시장은 부진한데, 반려동물 패션시장은 호황을 누리고있는 셈이다.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한달간 반려동물 패션상품 매출은 급증한 반면 사람 의류 매출 성장세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애견 원피스·드레스는 12%, 애견 코스튬은 71%, 고양이 의류 및 스카프는 122%, 애견 구명조끼는 140%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여성의류는 1%, 남성의류는 2% 성장하는데 그쳤으며, 패션잡화는 1% 감소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은 5가구 중 1가구 꼴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0년 반려동물 산업은 6조 원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수는 총 700만 마리로 추산된다. 반려동물 수는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라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명품 브랜드 및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와 같은 펫팸족을 잡기위해 다양한 강아지 용품을 판매하고있다. 반려동물 용품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는 루이비통이다. 300만 원짜리 강아지 가방, 50만 원에 달하는 강아지 목줄 등을 판매하는데, 미란다 커, 패리스 힐튼 등 유명 헐리웃 스타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도 브랜드 로고가 박힌 강아지 가방 및 목줄 등을 선보이고있다.
폴로 랄프 로렌의 강아지 옷도 가격은 5만 원에서 15만 원대로 고가지만 수년간 꾸준히 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서울 가로수길 폴로 랄프 로렌 플래그십스토어에도 반려견 옷이 대거 입점 돼있다. 이밖에 반려동물 옷을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반려동물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샵들도 가로수길, 홍대 등을 중심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곳에서 판매되는 반려동물 옷은 대부분 5만 원 안팎으로, 스트라이프 티셔츠, 도트 티셔츠, 원피스 등 사람 옷과 유사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반려동물 패션이 급부상하자 애견 패션쇼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한국애견연맹(KKF)은 창립 60주년을 기념하여 대규모 반려동물 축제인 ‘2016 KKF 펫 페스티벌’을 개최 했는데,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업체가 참여하는 용품 박람회를 비롯해 애견 패션쇼도 선보였다. 지난해에도 기부 형태의 애견 패션쇼가 동대문에서 열렸다. 애견 패션쇼는 강아지와 주인이 함께 런웨이를 걸어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같이 반려동물의 패션을 내세우는 이색 패션쇼는 반려동물 패션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G마켓 관계자는 “불황 탓에 의류산업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1인 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패션 의류 및 잡화의 경우 품목이 다양해 지면서 카테고리를 좀 더 세분화해 개편했는데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반려동물의 물놀이를 위한 구명조끼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영화 속 히어로 복장 등 코스튬 의상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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