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울산지역 개인파산·면책 허가 결정이 최근 3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19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올 1∼5월 개인파산·면책 결정은 47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조선업 경기 불황이 일기 전인 2013년 같은 기간 개인파산·면책 결정 120건보다 3배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1∼5월 기준 2014년에는 323건, 2015년에는 392건이었습니다. 4년째 증가세입니다.
연간 결정 건수도 2014년 480건에서 지난해 931건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면책이란 파산 결정을 받은 사람에게 법원이 채무 면제를 허가해 주는 결정입니다. 법원은 개인파산 허가 선고 이후에 면책 허가를 결정합니다. 법원이 개인파산·면책 허가 결정을 하면 신청인의 연체 정보가 사라지고 채무도 탕감됩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생활고를 겪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신용한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편법으로 빌리고 개인파산 신청을 하는 '먹튀 대출'이 실제 적발됐습니다.
이에 따라 울산 금융권이 신용대출을 꺼리는 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금융기관 간에는 실시간으로 전산 정보가 교류되지 않아 하루 한꺼번에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 자신의 신용등급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은행에 부탁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올리고 나서 돈을 인출한 뒤 파산 신청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울산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김모씨는 A은행과 2금융권인 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을 돌며 하루 3곳에서 신용대출 한도액보다 훨씬 많은 5천만원을 빌렸습니다.
조선업 협력업체 근로자인 김씨는 이들 금융기관에서 적게는 1천500만원, 많게는 2천만원을 대출받았습니다.
김씨가 주거래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액은 1천500만원에 불과하다. 3천500만원을 더 빌린 것입니다.
주거래 은행에서 한도액만큼 신용대출을 받은 사실이 다른 금융기관에 알려지면 김씨는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김씨가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금융기관들이 대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은행은 수일이 지나서야 김씨가 신용대출 한도액보다 많은 돈을 빌린 것을 알아챘습니다. 은행은 부랴부랴 김씨의 통장 잔고를 확인한 뒤 대출금 1천500만원 전액을 회수했습니다.
B은행은 올해 초 고객 2명으로부터 신용대출 한도액과 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구매 한도액을 최대한 높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올려줬습니다.
이들 고객은 높인 금액 한도로 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받고서 개인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이 은행은 조선업 협력업체 근로자인 이 고객들에게 2천만원씩 신용대출을 해줬고, 월 신용카드 이용 한도도 3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려줬습니다.
신용대출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서 은행은 고객의 한도액 상향 요구를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
은행 측은 이들이 이런 점을 노리고 사전에 대출 한도액을 최대한 높여 대출을 받은 뒤 고의로 법원에 개인파산 신청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이 은행은 이들을 고발하지 못하고 대출금을 부실채권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런 '먹튀 대출'은 조선업 근로자가 많은 울산 동구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근로자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동구의 한 은행 지점장은 "조선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신용대출을 받으러 오지만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인 데다가 '먹튀 대출' 사례가 알려지면서 대출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입니다.
이 지점장은 "근로자가 다니는 회사 경영상태, 구조조정 상황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서 대출을 결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권은 개인파산 제도를 악용한 이 같은 사례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등 긴장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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